민주당이 이른바 '한상률 게이트' 공세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안원구 국세청 국장과 관련된 갖가지 의혹을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자료 수집과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폭로 공세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민주당 진상조사단은 안 국장의 문건(한국일보 27일자 1ㆍ4면 보도 참조)에서 드러난 의혹들을 폭로하는 데서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4GB 분량의 문서와 음성자료에 대해선 유출을 막고 사실 확인에 집중하고 있다.
안 국장의 문건에는 도곡동 땅 소유주 논란과 박연차 세무조사 기획, 권력기관이 동원된 보도 차단, 한상률 유임 로비 의혹 등이 제기돼 있다.
안 국장은 '기획된 태광실업 세무조사'란 문건에서 "한 전 청장이 2008년 7월 휴가 중인 나를 청장실로 호출했다"며 "(한 전 청장이)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해 1주일에 대통령과 두 번씩 독대보고를 하고 있으니, 조사에 공을 세우면 대통령께 보고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문건에는 두 사람이 태광실업 베트남공장의 계좌 추적을 위해 베트남 국세청장에게 최고급 홍삼과 화장품을 선물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안 국장은 또 "2007~2008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의 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문서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혹은 1993년 언론에서 제기된 뒤 2007년 대선까지 이어졌으나 2008년 2월 특검은 "근거 없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또 안 국장은 '도곡당 땅 문제 등을 취재한 언론사의 보도를 막기 위해 권력기관이 동원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안 국장은 "한 전 청장의 유임 로비를 위해 지난 해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을 두 차례 만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권과 관련 기관들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지방선거가 다가오니까 민주당이 허위폭로의 소굴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용호 국세청장도 국회 답변을 통해 "도곡동 땅과 관련한 문건을 수차 확인했지만 실체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대답했다.
민주당의 신중한 태도는 'BBK 학습 효과'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에 대한 BBK 주가조작 의혹처럼 용두사미에 그칠 경우 야권이 되레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은 안 국장이 지난 9,10월쯤 이 대통령의 측근인 주호영 특임장관에게 구명을 요청하면서 보냈다는 편지 2장과 관련 자료 5장을 입수해 30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영길 최고위원은 29일 "문건 공개 여부는 진상조사단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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