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이번주부터 '예산 전쟁'에 본격 돌입한다. 4대강 정비사업의 세부 내역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는 한편 예결특위의 새해 예산안 공청회도 열린다. 하지만 '대통령과의 대화' 이후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오히려 격화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최대 난관은 여전히 4대강 정비사업 예산이다. 한나라당은 정부가 편성한 3조5,000억원(국토해양부소관)의 내년도 예산안을 삭감 없이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인 만큼 예산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국토해양부와 농림ㆍ환경ㆍ문화부 등에 편성된 4대강 예산 총액 5조3,000억원을 1조원 안팎으로 삭감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수자원공사에 대한 이자 지원예산 800억원은 전액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이렇다 보니 여야 모두 12월 1일부터 이틀간 진행될 국토해양위 예산결산소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결소위원장인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은 29일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정 안될 때는 국회법 절차에 따를 것"이라며 단독처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역시 실력저지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자칫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산안을 총괄심의할 예결특위의 정상화 여부도 난제다. 여야가 내달 2일 예산안 공청회 개최에는 합의했지만 이후 일정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가급적 빨리 열자는 입장이나 민주당은 각 상임위 예산심의가 끝나는 12월 둘째 주에나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한 복지예산 확충 문제를 놓고도 여야간 간극도 크다. 한나라당은 복지비 지출 증가액이 8.6%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국민ㆍ기초노령연금 지급액 등 고정지출의 증가를 반영한 것일 뿐 취약계층 복지예산은 오히려 축소됐다"며 "4대강 사업 예산을 복지예산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6,951억원이 책정된 세종시 예산의 경우 그 자체로는 여야간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세종시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이후 상황은 그야말로 시계제로다. 더욱이 세종시 문제가 여야 대립과 함께 한나라당내 친이계와 친박계 갈등의 핵심 소재라는 점에서 전반적인 예산안 처리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높다. 새해 예산안이 여야간 원만한 합의로 처리될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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