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던 오근섭(62) 양산시장이 검찰 소환을 앞두고 목숨을 끊었다. 오 시장은 초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자수성가해 지방자치단체장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7일 오전 7시 10분께 오 시장이 경남 양산시 상북면 소석리 자택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농장관리인 이모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 씨는 경찰에서 "집 안팎을 둘러보던 중 오 시장이 별채 부엌 천장의 철제 빔에 노끈으로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현장에서는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양산을 발전시키고 대한민국을 발전시켜 달라"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발견 당시 오 시장은 양산시기와 태극기를 가슴에 안고 있었다.
검찰은 이달 초부터 부동산 개발업자의 자금이 다른 부동산개발업자를 통해 양산시장측에 전달된 사실을 확인하고 친인척과 주변 인물에 대한 금융계좌 압수수색을 벌였다. 울산지검 박민표 차장검사는 이날 "부동산개발업자와 양산시장 비서실장 등을 여러 차례 조사했고, 오 시장과는 전화로 협의해 10시께 출석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지역 토박이인 오 시장은 초등학교 졸업한 후 신문배달, 구두닦이 등 억척스런 청소년 시절을 보내다 20대 초반 양곡도매업에서 성공했다. 그는 이어 운수업과 건설업 등으로 사업을 키워 40대에 양산대를 설립,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1995년 시의원으로 정치에 입문, 2004년 양산시장 재선거에서 당선됐다. 그는 2006년 2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 1심과 2심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후 한나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같은 해 5월 양산시장에 재선됐다.
오 시장은 재임기간 많은 기업들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했고, 지방재정 조기집행과 관련해 전국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오 시장에 앞서 민선 양산시장을 지낸 2명도 비리사건에 연루됐거나 의혹으로 중도하차 하거나 불명예 퇴진했다. 초대 민선시장인 손유섭(71) 씨는 재임시절 폐기물사업 허가와 관련,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고, 2대 민선시장에 당선된 안종길(64) 씨는 2004년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시장직을 상실했다.
양산=이동렬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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