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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신의 언어' 진화론이 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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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신의 언어' 진화론이 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입력
2009.11.2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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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S. 콜린스 지음ㆍ이창신 옮김/김영사 발행ㆍ324쪽ㆍ1만4,000원

과학과 종교는 관계가 껄끄럽다. 특히 진화론이 나온 뒤 양측은 날카롭게 대립했다.

창조론 운동의 지도자 엔리 모리스는 "도덕적, 사회적 붕괴의 근본 원인은 진화론적 사고"라고 주장했지만 동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신앙은 증거를 평가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회피하는 가장 그럴듯한 도피이자 그럴듯한 핑계"라고 반박했다. 과학과 종교는 이렇듯 서로를 비난하거나 피해왔다.

과학과 종교, 둘은 양립할 수 있을까. 미국 과학자 프랜시스 S 콜린스는 <신의 언어> 를 통해 그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세계적 권위의 유전학자로, 1993년부터 10년간 6개국 과학자 2,000여명이 참가한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총지휘했다.

버지니아대학과 예일대학을 다닐 때 그는 종교에 관한 한 불가지론자 혹은 무신론자였다. 그런 그가 신에게 다가간 것은, 인간 세계의 도덕법을 강조한 <순전한 기독교> 라는 책을 읽고나서다.

그는 가령 나치로부터 유대인을 구한 오스카 쉰들러나 가난한 사람을 헌신적으로 도운 마더 테레사 수녀 등의 활동을 보며 보상을 바라지 않는 이타적 사랑은 오직 인간만 할 수 있으며, 그것은 진화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과학의 성과를 전적으로 인정한다. 그래서 생명과학의 토대가 되는 진화론을 하느님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는 일부 종교인의 태도를 몰상식한 행태라고 비판한다.

그에게 과학의 성과는 신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다. 예를 들어 인간은 유전자 지도를 구성하는 31억개의 글자 가운데 하나만 틀리거나 위치가 바뀌어도 치명적 불치병에 걸리는데 저자는 그것이 생명 창조의 정교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전자 지도 읽기는 신이 갖고 있는 생명 창조 DNA 언어를 해독하는 것이고 다윈의 진화론은 신의 설계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된다.

저자는 종교 비판을 해명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해악은 종교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잘못이며, 신이 세상의 고통을 내버려두는 것은 자유의지와 질서가 존재하는 물질계에 함부로 개입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저자의 이런 주장은 신에 대한 믿음과 과학에 대한 믿음이 조화를 이룰 수 있으며 하나의 세계관으로 결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과학과 종교, 양 진영에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아직 강하다. 그것은 단순히 상대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세계관, 자신의 가치관과 관련된 것이다. 그래서 저자처럼 양자를 모두 받아들이기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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