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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식량문제의 심각성 올바로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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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식량문제의 심각성 올바로 판단해야

입력
2009.11.2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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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008년 전 세계는 심한 식량부족 사태로 몸살을 앓았다. 국제 곡물가격이 두 세배로 뛰었고 세계 30여 국가에서 식량부족으로 인한 폭동이 일어났다.

지난 10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식량상(World Food Prize)'심포지엄에서는 세계인구가 현재 68억명에서 2050년이 되면 91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며, 식량수요도 지금의 2배에 달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식량 생산량도 증가해야 할 것으로 지적 됐다

최근 농림수산부 자료에 의하면 국내 식량자급률은 지난해 26.2%로 2007년보다 1% 포인트 줄어든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식량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식량문제는 우리의 의지나 국내 작황과 관계없이 해외 식량 사정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게 현실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과 필요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식량이 모자라면 안전성을 크게 따질 겨를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음식을 많이 쌓아 두어도 안전하지 않다면 먹을 수 없다. 우리는 반세기 전 까지만 해도 전자에 속하는 절대빈곤 속에 있었으나, 지금은 후자의 경우처럼 먹을 것을 쌓아두고 안전성을 걱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필요한 식량 곡물의 70%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해 먹고 있는, 식량안보 측면에서 지극히 취약한 나라이다. 이것은 한반도에 불안이 고조되어 식량을 실은 배가 닿을 수 없다든지, 우리가 원하는 식량을 해외시장에서 구입할 수 없게 되면 국민의 대부분이 굶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식량자급 능력이 이처럼 허약한 체질로 방치된 것은 식량안보에 대한 지속적인 정책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80년대 초까지 만해도 70% 수준에 있던 곡물 자급률이 30년 사이에 28% 이하로 떨어졌다. 전체 섭취음식의 30%에 불과한 쌀의 자급에만 몰두하여 쌀의 자급이 식량자급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제2의 식량이 된 밀의 생산은 이미 완전히 포기한 상태여서 자급률이 1%도 안 된다. 거의 모든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옥수수도 마찬가지이다.

식량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면 수입식량에 대한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식량을 수입해 가공하는 식품산업의 역할도 제대로 평가되어야 한다. 식품안전을 강조하면서 식품산업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는 국민의 시각도 고쳐져야 한다. 식품산업은 이미 식량공급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식량안보적 차원에서 식품산업을 지원하고 육성해야 한다.

이미 포기한 국산밀의 우수성을 강조한답시고 온 국민이 먹고 있는 수입밀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일부 언론이나 시민단체들의 무지한 행동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미국인들이 마음 놓고 먹고 있고 세계 곡물시장에서 non-GM(비유전자변형) 옥수수나 콩을 더 이상 사올 수 없게 됐는데도 GM곡물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일부 과격시민운동가나 언론인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결국 non-GM 곡물을 찾다 보면 곰팡이 독소 오염이 높은 저개발국의 저질 식량을 수입하게 된다.

식품안전은 과학적 평가에 근거를 두어야 하나 우리의 현실은 비과학적인 판단에 좌지우지되고 이러한 잘못된 판단들이 국가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이 나라의 식량문제를 제대로 보고 올바로 재단하는 범국가적이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이철호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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