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집 앞에 섰다. 파란만장한 삶을 산 멕시코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가 나고 자란 집, 그녀는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높다란 담장에 온통 푸른색 페인트칠이 되어 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 '카사 아술', 푸른 집이다. 중앙으로 몰린 짙고 숱 많은 눈썹과 여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코 밑의 선명한 콧수염, 죽음과도 같았을 고통을 참아낸 꾹 다문 입술.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또 그렸다.
그림 속에서 옷을 벗기고 으깨진 척추를 대신한 쇠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달리지 못하는 그녀의 육체를 대신해 그녀의 영혼은 사슴 속으로 숨어들기도 했다. 피카소와 록펠러, 트로츠키, 포드와 같은 수많은 이들이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었듯이 사후 50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그녀를 사모하는 이들이 푸른 집을 찾고 있었다.
전시실이 된 몇 개의 방을 지나 그녀가 머물렀던 방과 부엌 그리고 남편이었던 멕시코 국민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작업실을 거치는 동안 그녀의 삶과 사랑, 고통을 만난다. 그녀는 평생 소아마비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신체 장애를 안고 살았다. 수많은 아기를 그린 그녀의 그림과는 달리 그녀는 유산을 거듭했다. 남편인 리베라는 또다른 고통이었다. 레이스로 짠 침대보 위에 칼로의 데드 마스크가 놓여 있다. 돌멩이처럼 단단한 얼굴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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