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그 무랄리스트(벽화주의자)들의 나라인가? 멕시코시티 시내의 담벼락을 보며 든 생각이었다. 대로로 향한 담벼락마다 낙서들이 있었지만 한눈에도 그저 단순히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수준에만 머물러 있는 듯했다. 벽화로 유명한 멕시코이기에 이곳의 그래피티 수준도 남다를 거라 기대했었다.
그래도 홍대만은 해야지. 빈 담벼락을 보면 나도 스프레이를 들고 그 앞에 서고 싶을 때가 있었다. 디에고 리베라를 비롯해서 시께이로스, 오로스꼬 등의 벽화 화가들은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멕시코국립대학에서 시작된 시께이로스의 벽화를 시작으로 리베라, 과달라하라의 오로꼬스의 벽화를 보는 동안 멕시코혁명의 역사가 실감났다. 먼 거리에서도 한눈에 띈다는 점은 벽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다.
그 어떤 뛰어난 연설도 단발성에 그치지만 벽화는 바로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메시지를 전달한다. 멕시코 벽화의 전성기는 1920년부터 시작되었다. 문맹률이 높은 국민들을 계몽시킬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이방인의 마음 또한 이렇듯 흔들리는데 역사를 같이 한 이곳 국민들이야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벽화는 수천 수만의 대중들에게 그 뜻을 군더더기 없이 전달한다. 차를 타고 과달라하라의 어느 곳을 지나다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꽤 멋진 그래피티가 거기 있었다. 역시 무랄리스트의 나라인가.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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