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텔(담합)'타도를 외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방위 행보에 정부 관련부처들까지 냉담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신들의 관할업종과 기업쪽으로 공정위의 칼날이 향하자, 해당부처들은 "공정위가 너무 한 게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국세청은 27일 소주업체들의 담합 문제에 대해 "담합인지 아닌지는 공정위가 최종 판단할 문제"라면서도"공정위 측이 요청하면 소주 가격인상 결정이 주세법에 의한 정당한 행정지도였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주류업계 담당부처다.
공정위가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작년 말 진로가 소주가격을 5.9% 인상한 이후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비슷한 수준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점.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원래 국제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작년 7월부터 가격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물가부담 때문에 인상을 만류해 왔던 것"이라며 "연말에 진로측이 인상 요구를 해와서 고심 끝에 절반 수준의 인상을 승인하는 행정지도를 한 것인데, 이걸 담합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행정지도는 아예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은행권의 대출금리 담합 여부에 대해 조사에 나선 것을 두고는 금융당국이 잔뜩 불편해 하는 모양새다. 담합이라고 볼 정황이 거의 없는데, 무리하게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면서 은행들의 영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것.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낮아지면 역마진이 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가산금리를 높이고 다시 CD 금리가 오르면 가산금리를 낮추는 것이 관행"이라며 "시스템상 어쩔 수 없는 금리 정책을 두고 담합 조사를 하는 것은 다소 과하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담합 조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정부 부처가 행정지도를 했다는 이유로 담합에 가담하는 것도 면책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밝힌 상태다. 공정위는 내년부터 국세청,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기업에 행정지도를 하는 정부 부처 및 기관을 대상으로 담합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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