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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교수 '저술 50년' 기념행사/ "반세기 동안 사랑해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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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교수 '저술 50년' 기념행사/ "반세기 동안 사랑해줘서 감사합니다"

입력
2009.11.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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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님은 어린이책을 낸 것이 가장 보람있다고 하셨지요. 선생님의 <춤추는 생각학교> 를 읽고, 더 많은 어린이들이 선생님의 생각 유전자를 이어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 가주초등학교 4학년 김민지양이 이어령(75) 이화여대 석좌교수 앞에서 낭독한 헌사다.

글 쓰고, 책 쓰고, 생각하는 방법을 일깨워온 이 교수의 저술활동이 올해로 50년이 됐다. 27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에서는 이 교수의 첫 문학평론집 <저항의 문학> (1959년) 발간 50주년을 기념하는 '만남 50년' 행사가 열렸다. 그의 저서를 출간해온 민음사, 현암사, 생각의나무 등 9개 출판사가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문인과 출판인을 비롯해 각 분야의 예술인, 독자 등 500여명이 참석해 축배를 들었다.

행사는 하용부의 북춤, 김운태의 채상소고 춤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안무가 국수호가 신무(神武)를 췄고, 국악인 안숙선은 판소리 '춘향가'를 불렀다. 김덕수사물놀이패는 이 교수를 위해 만든 사물놀이 '책전유격(冊典遊擊)'을 선보였다.

이 교수는 "반세기 동안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도 한 번도 말을 못했다. 아주 진부하고 상투적이고 흔히 쓰는 말로 '감사합니다'란 말을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정말 송구스럽다. 숱한 국가 행사를 해오면서 1초의 지루한 틈만 있어도 용서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정말 지루하다"며 "나를 위해 성의껏 하려다 이렇게 됐으니 사과 드린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교수는 서울 문리대 재학 중이던 1955년 문리대 학보에 '이상론'을 발표하며 필명을 날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 이듬해에는 한국일보에 전후 한국문학을 비판하고 방향을 제시한 비평 '우상의 파괴'를 발표, 엄청난 반향과 논쟁을 촉발시켰다. 이때부터 그는 우리 사회와 세계의 변화를 앞장서서 감지하는, 시대를 대표하는 번득이는 지성으로 현장에서 일해왔다.

<저항의 문학> 이래 <흙 속에 저 바람>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등 문학비평에서 문화비평으로 폭을 넓힌 그의 저서는 발표될 때마다 한국은 물론 일본 등지에서 화제를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으며 88서울올림픽 개막식의 굴렁쇠 굴리는 소년, 2000년 밀레니엄 행사 등의 아이디어도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 나라현의 아라이 쇼고 지사도 참석, 이 교수에게 나라현립대 명예총장과 현 정책고문을 맡아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 교수의 제자 김용희 시인은 '이어령을 읽는 겨울밤'이라는 헌시를 낭독했고, 조각가 이일호는 펜을 쥔 이 교수의 손 모양을 본 뜬 조각물을 헌정했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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