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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북 인명사전' 싸고 보수끼리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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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북 인명사전' 싸고 보수끼리 충돌

입력
2009.11.2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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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수단체가 사회 지도층 100명의 실명이 담긴 '친북 인명사전' 편찬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전직 대통령 포함 여부를 두고 보수단체 회원들끼리 몸싸움을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보수 성향의 민간단체인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고영주)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반국가 활동을 한 증거가 명백한 친북ㆍ반국가 인사 중 1차로 100명을 다음달 발표하겠다"면서 "이의 신청을 받은 다음 내년 3월 이들의 행적을 담은 친북반국가행위자 인명사전(친북인명사전)을 편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해당 명단에 전ㆍ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계 10명, 판사 1명을 포함한 관계 7명, 노동계ㆍ재야운동권 30명, 학계 20명 등이 포함됐으며,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현재 대외 활동을 하는 인사를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내달 1차 명단 발표에 이어 내년 5월에 2차 명단 200명을 발표하는 등 2015년까지 5,000명 규모의 인명사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추진위는 전직 대통령은 1차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다른 보수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60~70대 70여명이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고 위원장이 "돌아가신 분들은 반론을 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어 우선 명단에서 뺐다"고 설명했지만, 이들은 "친일사전은 죽은 사람들까지 다 넣었는데, 친북사전에선 왜 빼서 김을 빼느냐"고 항의했다. 이중 일부가 단상 앞으로 몰려가 추진위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벌이자, 고 위원장은 "그러면 당신들도 인명사전을 따로 만들라"고 발끈했다.

이후 회견장은 "너 간첩이지" "북한에서 돈 얼마나 받았냐" 등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아수라장으로 변해 40분만에 기자회견이 중단됐다.

한편 최근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이은 보수단체의 친북인명사전 맞불 공세로 보수ㆍ진보 진영간 이념 공방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뉴라이트전국연합 김진수 대변인은 "친북인명사전은 친북, 종북이 나쁘고 대한민국 정통성을 전복하는 세력이 위험하다는 것을 우리 사회에 널리 알린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지만, 진보 성향의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는 "사상적 다원성을 무시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색깔론을 다시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갑배 변호사는 "친북사전이 친일인명사전처럼 죽은 이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아니고, 살아있는 사람에 대해 단정적으로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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