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에는 극이 2개가 있어. 자석이 2개가 있는데, 서로 같은 극끼리 만나면 어떻게 될까?" 최광욱(LG화학기술연구원 정보전자소재연구소 차장) 선생님의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교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정답을 쏟아냈다. "밀어내요." "다른 극끼리 만나면 어떻게 되지?" "서로 붙어요."
최 선생님의 과학수업이 이어졌다. "자석의 서로 다른 극끼리 끌어당겨는 힘을 인력이라고 하고, 서로 밀어내는 힘을 척력이라고 해. 그럼 열차가 선로 위에 떠서 가려면 밀어내야 할까, 끌어당겨야 할까?" 이번에는 아이들도 좀 헷갈리는 듯 하다. "밀어내야 해요." "끌어당겨야 해요." 아이들 대답은 제각각, 교실은 왁자지껄해졌다.
25일 오후 구세군대전혜생원(대전 복수동)에 아이들이 한달간 손꼽아 기다려온 특별한 선생님들이 왔다. 대덕연구단지 내 LG화학 기술연구원의 석ㆍ박사급 연구원 7명이 혜생원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신나는 과학교실'을 열었다. 이날의 실험 주제는 '붕~ 떠가는 자기부상열차 만들기'. 자기부상열차 만들기 실험 키트를 하나씩 받아 든 아이들 14명은 정말 신이 났다.
석·박사 연구원 32명, 대전 보육시설 3곳서 교실 운영
"전공 살려 아픔 품은 아이들에게 꿈 심어주니 큰 보람"
이광배(LG화학기술연구원 배터리연구소 부장) 선생님과 조를 이룬 임성민(대전 복수초 3), 박재민(복수초 1), 윤현빈(복수초 1)군. 실험키트에서 자석, 스위치, 모터, 프로펠러 등의 부품을 꺼내놓고 조립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궁금한 게 너무도 많다. "자석이 레일판에서 자꾸 떨어져요, 어떻게 해요?" "스위치 전선은 어디로 빼요?" "모터에 프로펠러는 이 정도 끼우면 되요?"
정신 없이 질문이 쏟아지는데도 선생님은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이 한 명씩 차례로 조립을 도와 자기부상열차를 완성시켜갔다. 1시간쯤 지나 작품이 완성됐다. 성민이는 직접 만든 자기부상열차 스위치를 눌러봤지만, 느릿느릿 움직이는 모양새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선생님, 잘 안 돼요. 왜 안 되지?" 이광배 선생님이 긴급 애프터서비스에 나섰다. 자석을 세기가 강한 걸로 바꾸고 난 뒤에야 성민이도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혜생원 아이들이 LG화학 선생님들과 인연을 맺은 건 작년 10월. LG화학기술연구원의 임직원들이 과학을 전공한 전문성을 살려 2004년부터 대전지역 초등학교 및 아동복지시설을 찾아 다니며 진행해온 '주니어 공학교실'이 '신나는 과학교실'이란 이름으로 혜생원에도 둥지를 틀었다. 올해는 32명의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혜생원과 후생학원, 천양원 등 대전 지역 3곳의 아동보육시설에서 과학교실을 열고 있다.
혜생원에는 가슴 속에 아픔을 품은 아이들 35명이 모여 살고 있다. 결손가정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또는 학대하는 부모 때문에, 엄마 아빠와 떨어져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생의 3분의 2 가량은 추석 같은 명절 때도 가족과 같이 지낼 형편이 못 된다.
초등학생 18명, 중ㆍ고생 11명 등 학생들은 또래들처럼 피아노, 태권도, 영어 등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아도, 혜생원도 아이들이 바란다고 다 들어줄 정도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주변 학원들의 신세를 지고 있지만 학원 1곳당 2명씩만 다닐 수 있고, 아이들 1명당 한달 평균 2만~3만원씩 받는 후원금으로는 따로 학원에 보내기가 어렵다.
더욱이 올 겨울은 신종플루,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후원금이나 봉사 활동과 같은 도움의 손길이 많이 줄어들었다. 소향옥 혜생원 사무국장은 "지난해말 경기 침체 이후 후원금이 10~20% 정도 줄었다"며 "고3학생 2명이 대학에 합격했는데 등록금 마련할 길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학기마다 3회씩 열리는 LG화학기술연구원의 '신나는 과학교실'과 함께 선생님들이 열어주는 피자파티는 혜생원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다. 공부를 봐주는 대학생 언니오빠들, 초밥이나 맛있는 파스타 등의 요리를 만들어주는 요리사 등 많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게 과학교실 선생님들이다. 소 국장은 "수준 높은 과학 수업도 받고 직접 만든 작품도 갖고 있을 수 있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며 "과학교실에선 아이들이 서로 먼저 답하려고 하는 등 적극적이고 활발해진다"고 전했다.
과학교실만큼은 결석하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들도 많다. 이날 담임선생님과 면담 때문에 과학교실에 빠진 황인범(복수초 5)군은 수업을 마친 최광욱 선생님을 일부러 찾아와서 "다음 수업에는 꼭 오겠다"며 "다음엔 피자파티 말고 치킨파티를 하자"고 제안했다.
인범이는 "비행기를 만든 게 제일 인상에 남는다"며 "과학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현빈이는 "학교에선 실험을 해도 그냥 보기만 하고 직접 만들어보지는 못하는데, 여기선 액체자석도, 드럼치는 호두까기 인형도, 소금물 시계도 다 만들었다"며 "학교 수업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쁨에 푹 빠져 있다. 이광배 부장은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 아들들을 상대로 예습을 할 때보다 혜생원 아이들이 훨씬 수업에 관심도 많고 흥미있어 한다"며 "폭풍이 지나가는 것처럼 정신없는 수업이지만, 가르치는 기쁨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신세현 LG화학기술연구원 과장은 "청소나 빨래 같은 단순한 봉사활동도 할 수 있지만, 전공을 살려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보탬이 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 LG화학의 사회공헌활동
'솔루션 파트너(Solution Partner)'를 기업슬로건으로 내건 LG화학은 사회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웃에게도 '솔루션 파트너'가 되고 있다.
LG화학은 각 지방사업장 및 영업소 별로 자발적으로 추진되던 사회공헌활동을 보다 체계적이고 활성화하기 위해 작년 5월 최고경영자(CEO) 김반석 부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사회봉사단을 발족했다. 국내 임직원의 절반에 달하는 5,000여명이 참여하는 사회봉사단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소년들과 파트너 되기를 자청하고 있다.
LG화학 사회봉사단의 대표적인 활동은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과 상도종합사회복지관의 방과후 교실과 대안교실 등의 청소년 이용시설의 환경을 개선하는 '희망 가득한 교실 만들기'. 김 부회장은 "LG화학 사회봉사단은 미래사회 주역인 아동ㆍ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회봉사활동에 주력하고자 한다"며 "내부 역량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차별화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시행해, 기업시민 파트너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화학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미래 우수 과학인재 확보를 위해 대중 및 청소년들이 화학과 친근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이 방학때 여는 '화학캠프'는 교과서 중심의 딱딱한 화학 교육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합숙 프로그램과 화학실험 체험 기회를 제공해 호응을 얻고 있다.
2004년 이후 지금까지 3,000여명의 중학생들이 화학캠프를 다녀갔다. 다른 국내 화학기업들과 함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화학탐구 프런티어 페스티벌'을 개최, 이공계 인재 조기 발굴에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LG화학기술연구원 소속 석ㆍ박사급 연구원들이 직접 대전의 초등학생들을 위해 진행하는 방과후 과학수업 '주니어 화학교실'은 LG화학의 대표적인 프로보노 활동으로 꼽힌다.
이밖에 극단 타루와 손잡고 문화생활을 접하기 어려운 백령도, 울릉도 등 도서지역을 찾아다니며 군장병 및 지역주민을 위한 무료 국악뮤지컬 공연을 하는 '뮤지컬 홀리데이' 프로그램도 호평을 받고 있다. 대중음악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군장병 위문 프로그램에서 탈피해 수준 높은 국악뮤지컬을 선보여 병영문화를 한 단계 높이는 한편 순수예술의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전국 9개 사업장 별로도 독거노인 보살피기, 결식아동 돕기, 지역 환경보호 활동 등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여수공장에선 동호회를 중심으로 한 봉사활동이 활발하다. 여수 백야도 주민들을 위해 해마다 'LG화학 봉사데이'를 운영하며 사진동호회는 영정사진 촬영, 풍물패동호회는 위문공연, 스쿠버동호회는 해변정화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올 겨울에도 LG화학 임직원들은 활발한 자원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와 훈훈한 정을 나누고 있다. 여수공장 임직원들은 4일 여수시와 '1사1가정 집수리 및 지붕개량사업'을 실시했고, 27일 공장 인근 주민 100세대에 겨울나기용 연탄을 배달할 계획이다. 대덕의 기술연구원도 대전지역 20가구에 난방유를 전달하고 소외계층 아동을 초청해 성탄파티를 열기로 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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