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서울에 사는 40대 전업주부 한소문(가명)입니다.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잔금 납입을 위해 장롱에 묻어 두었던 펀드통장을 꺼내 통장정리를 해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2007년에 거치식(임의식)으로 가입한 펀드가 수익은커녕 엄청난 손실이 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펀드가 원금 5,000만원에 평가액 1,600만원이고, 중국펀드는 원금 5,000만원에 평가액 3,200만원밖에 안됩니다.
적립식 펀드는 국내주식형으로 들었는데 다행히 원금(5,000만원)보다 평가액(5,500만원)이 많지만 아직 만기가 1년이나 남아 있습니다. 그 동안 종종 중국과 러시아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뉴스를 들어 내심 수익을 기대했는데 원금 손실로 입주까지 미뤄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당장 자금마련 방법과 원금 회복 가능성이 궁금합니다.
A.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주가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자 펀드투자자들이 마음 속에 묻어두었던 펀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내심 수익률을 기대했건만 통장을 찍어보면 '아니 왜 이것밖에'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가입한 펀드가 운용을 잘못해 주가지수를 못 따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실은 원금 손실 후 주가 상승률은 손실 후 금액에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한씨가 2007년 러시아 펀드에 5,000만원을 투자했지만 2008년 11월에 원금이 1,000만원까지 줄었으므로 이후 주가가 60%나 뛰었어도 1,600만원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적립식펀드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기대만큼 수익률이 높지는 않습니다.
펀드에 투자할 때는 임의식이든 적립식이든 사전에 목표수익률을 정해야 합니다. 한씨가 적립식펀드를 가입하고 20%의 수익률을 달성했을 때 일부 환매를 통해서 수익을 실현했다면 적립식펀드의 수익률은 높았을 것입니다.
또 환매한 자금으로 조정 시 추가 투자 기회를 활용해 분산 투자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적립식이든 임의식이든 주가 하락 시 추가 매입을 통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면 상승 시 수익률을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펀드의 투자 원칙 중 '장기 투자하라'는 말은 맞는 말이긴 합니다. 그러나 장기투자가 수익율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장기투자라는 개념을 무조건 오래 묵혀두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경기 사이클이나 금리의 방향에 맞춰 적절한 시점에 환매와 추가 투자 등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저금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누구나 예측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속도의 문제지만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투자에 있어 저금리는 기회입니다. 그런데 언제까지가 기회일까요. 경기 사이클을 보면 장기투자의 시간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경기 확장기까지는 장기투자 시간으로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금리가 전고점 수준으로 올라가면 투자비중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펀드 가입은 쉽습니다. 그러나 가입과 환매를 언제 하느냐에 따라 수익률 차이는 극명하게 달라집니다.
손실 난 펀드를 리밸런싱(재조정)할 때는 먼저 펀드의 과거 성과를 분석해 봐야 합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시장에 투자한 펀드를 비교 분석해보고, 현재 펀드의 과거 운용 수익률이 현격히 떨어진다면 우수한 펀드로 갈아타는 것도 좋습니다.
연초 이후 신흥시장이 강하게 반등하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는 전세계적인 저금리와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러시아, 중국 시장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높은 국가로 투자매력이 있습니다.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금년에 종료되지만 원금 손실에 대한 과세유예 조치를 활용하면 비과세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습니다.
하씨의 경우 우선 적립식 펀드를 환매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러시아 시장이나 중국시장이 조정을 받으면 거치식 펀드에 추가 납입해 주가 상승 시 원금회복을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홍상융 KB국민은행 부천중동PB센터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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