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26일 연구용역을 통해 내놓은 외국어고 제도 개선 시안은 크게 2가지다.
외고를 사실상 존속시키거나 자율형사립고(자율고) 등 다른 형태의 고교로 전환케 함으로써 폐지를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됐다. 교육계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외고 존폐 논란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한 가지 안을 제시하기 어려웠던 측면 때문이다.
괜히 논쟁을 부채질하기보다는 두 안에 대해 여론을 떠본 뒤 찬성이 많은 안을 택하는 방안으로 여겨진다. 다만 시안은 2012년을 외고 제도 개선 적용 시점으로 정했다. 앞으로 3년 뒤 외고는 존치하든, 아니면 다른 학교로 전환하든 격동이 불가피해졌다.
과학고 수준은 돼야 외고 유지 가능
외고를 조건부로 유지하거나 다른 형태 학교로 전환이 가능토록 한 1안은 현행 외고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그러나 존속의 전제조건이 달렸다.
학급수 학생수 등을 과학고 수준으로 조정해야 외고를 지금처럼 유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존치를 원하는 외고는 당장 과학고 수준을 맞추는 게 시급해졌다. 12학급 규모를 6~8학급 규모로 줄여야 한다. 학급당 학생수도 36.5명에서 최소 20명 이하로 감축이 불가피하다.
이런 기준을 지금 적용할 경우 서울시내 외고 중 이화외고(6학급)만 해당된다. 대원외고 대일외고 등은 최소한 30%이상 학급ㆍ학생수를 줄여야 하고 서울외고 한영외고도 최소 2학급이상을 축소시켜야 한다.
문제는 외고 측이 이런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존치에 목을 맬 것이냐는 부분이다. A외고교장은 "학급수와 학생수를 대폭 줄이면 운영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결국 구멍 난 재정을 보완하기 위해 등록금을 큰 폭으로 올려야 하는데 이것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새 제도가 시행되면 살아남는 외고는 일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학고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외고는 자율고나 국제고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자율고 등은 법인전입금 등의 요건이 맞아야 하고 국제고도 학급수, 학생수, 교육과정 등의 요건이 충족돼야 해 '어쩔 수 없이' 일반고로 바뀌는 외고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선발 방법은 외고로 남거나 국제고로 바뀌면 학교 단위가 아닌 학과별로 선발하고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다. 자율고 전환시 평준화지역은 내신 50% 이내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하고, 비평준화지역은 학교별로 선발한다.
외국어 중점학교 전환 외고도 나올 듯
2안은 외고를 아예 폐지하고 외국어 중점학교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일반고나 자율고 등으로 전환한 후 교육과정에 별도로 외국어 중점과정을 개설하는 식이다. 이 방안은 말이 외국어중점학교지 실제론 외고의 다른 학교 형태 전환을 기정 사실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학생선발은 1안처럼 전환한 고교 유형에 따르되 일반고로 바꿨을 경우 외국어 중점과정 지망자에 한해 평준화지역은 학과별로 우선 추첨 배정하고 비평준화지역은 학교별로 선발한다. 중학교 내신과 추천서, 진로계획서 등이 주요 전형요소로 제시됐다.
1ㆍ2안 모두 2012년(2013학년도) 전환 전에도 내신 추천서 진로계획서 등에 따라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학과별 선발을 하도록 했다. 전환 후 3년이 되면 교육여건, 교육과정 운영, 교육의 질적 수준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해 학교 유지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에도 5년 주기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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