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가 의욕적으로 제시한 저출산 대응전략은 여성에 편중된 육아 부담 경감, 다자녀 가구에 대한 사회적 인센티브 부여,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배려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기존에 나왔던 '재탕' 정책인 데다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대책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실행방안이 결여돼 있어 실효성이 매우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번에 나온 대책 중 새롭게 제시된 것은 셋째아이부터 대학입시 및 취업 우대ㆍ부모 정년연장, 개방적 이민 허용을 통한 한국인 늘리기 프로젝트 정도다.
다자녀 가구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으나, 서울강남구 등 파격적 혜택을 제공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실질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인센티브는 '발등의 불'인 보육 부담 경감과는 거리가 있어 출산 유인책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혼모 등 전통적인 결혼제도 이외의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함으로써 출산율을 제고한다는 전략도 전통적인 윤리규범이 강고한 한국 사회에서 약효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미국가의 경우 '가족의 재구성'을 통해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프랑스는 혼외출산 비율이 50.4%에 달하지만 한국과는 문화가 달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저출산 해결의 핵심 과제인 일과 가정의 양립기반 강화, 보육서비스 강화를 통한 자녀 양육부담 경감은 이미 나왔으나 재정 부담으로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못한 정책들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 대책으로 나온 임신ㆍ출산 여성 우대기업에 적극적 인센티브 제공, 상용직 시간제 근로형태 확산을 위한 정부지원 확대, 남성의 육아휴직 활용 장려 등은 이미 수 차례 제시됐으나 거의 실현되고 있지 않는 '그림의 떡' 같은 조항들. 미래기획위원회는 정부 재원만으로 이 같은 방안들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기업 등 민간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지만 어떻게 민간 투자를 유치할지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연거푸 나오는 저출산 대책들이 핵심은 못 건드리고 변죽만 울린다는 비판도 많다. 4년째 출산을 미루고 있는 기혼 직장여성 최모(32)씨는 "애를 못 낳겠다는 엄마들의 걱정은 아이가 부모와 사회로부터 기본적인 보살핌조차 받지 못하는 사회구조에 있는데 입시 특혜가 웬 말이냐"며 "거창한 혜택보다는 제때 아이 밥 주고 울면 돌봐줄 수 있는 실질적인 보육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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