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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주연 정우 "고교시절 경험담이라 즐기면서 촬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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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주연 정우 "고교시절 경험담이라 즐기면서 촬영했어요"

입력
2009.11.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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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봤는데….

26일 개봉하는 영화 '바람(Wish)'의 정우(28)는 스타가 아니다. 10년간 단역이나 조역으로 영화와 TV드라마에 나왔고 주로 양아치 역할이나 악역을 했다. '바람'은 지난해 개봉작 '스페어'에 이어 그의 두 번째 주연작이다. 둘 다 이성한 감독이 연출했다.

남자 고등학생의 좌충우돌 성장담인 '바람'은 정우의 실제 고교 시절 이야기다. 주인공 짱구, 김정국은 그의 별명이고 본명이다. 촬영도 그의 고향 부산에서, 그가 다닌 학교와 살던 집에서 주로 했다.

"촬영하면서 재미있고 행복했어요. 제 이야기라서 그런지 연기를 했다기보다 잘 놀았다는 기분이에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을 때 보면서 웃고 울고 했어요. 자기 연기에 자기가 그러는 게 푼수 같지만. 아버지 장면에선 몰래 울었어요. 남들이 '자뻑'이라고 할까봐 눈가를 훔치진 못하고 턱 만지는 척하면서 흘러내린 눈물을 닦았죠."

쑥스러운 듯 고백하는 얼굴에 장난기가 번졌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렇다. 짱구의 맹한 눈빛과 어리버리한 표정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센 척하느라 일부러 건들대고 말썽도 피우지만 실은 겁 많고 찌질한 짱구의 모습은 우스우면서 귀엽다.

영화 내용대로 교내 불법서클과 경찰서 유치장 경험까지 했던 고교 시절을 그는 "가장 행복했던 시기 같다"고 말했다.

"폼 잡으려고 탈선 흉내를 냈던 거죠. 대단한 무용담 같은 건 없어요. 불법서클도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얼떨결에 들어간 거예요. 그때 그 친구들, 지금 모두 평범하게 잘 살아요. 싸움 좀 한다고 모두 건달이 되는 건 아니죠. 서클에서 배운 거라면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정도? 저, 그때 진짜 라면 먹고 왔거든요."(영화에서 짱구는 라면 먹으러 가서 모임에 빠졌다고 이실직고했다가 선배들에게 혼쭐이 난다)

이 영화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청소년기 방황과 성장 이야기이지만,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에서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유는 주제의 유해성, 폭력성, 대사의 저속성, 모방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욕설이 많이 나오긴 해요. 하지만, 욕도 뉘앙스가 있잖아요. 좋아서 친해서 툭툭 내뱉는 욕이지, 증오의 감정이 섞인 욕은 거의 없는데. 교복 입고 담배 피우는 것도 한때의 방황을 보여주는 데 필요한 장면이고, 대부분 실제 그렇지 않나요? 폭력이란 것도 괜히 시비 걸고 뒤통수 툭툭 치는 정도인데, 그게 심한 건가요? 탈선으로 보이는 그런 행동들이 실은 별 의미가 없다, 니들이 흉내 내도 별 거 아니다, 그게 이 영화의 진짜 메시지인데…."

그는 연기 욕심도 많고 고민도 많다. 무명 배우 10년의 서러움 같은 건 말하지 않았다.

"오디션 100번 봤어요, 촬영장에서 울었어요, 그런 얘기는 다들 하는 건데요, 뭐. 매번 이 작품이 마지막이 아닐까 불안했죠, 점점 (그런 불안감이) 사라지고 있긴 하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좋아서 연기하는 모습이 스크린에 그대로 묻어나는 배우요. 좋은 감독과 함께라면 어떤 장르, 어떤 역이든 다 해보고 싶어요."

'스페어'와 '바람', 두 편의 주연 영화를 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는 이성한 감독에게는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 '스페어'가 평은 좋았는데, 흥행은 잘 안 됐어요. 이번 영화도 걱정이 돼요. 제가 잘 나가는 스타라면 더 잘 될 수도 있을 텐데…."

야외 카페에서 인터뷰 하는 도중 한 중년 남성이 다가와 반갑게 농을 건넸다.

"혹시 '바람'의 정우씨? 어, 맞구나. 돈 내기 했는데, 졌네. 1만원 주세요."

시사회 풍경으로 짐작컨대, 이번 영화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부쩍 많아질 것 같다. 관객들은 보는 동안 여러 번 웃음을 터뜨렸고 흐뭇한 표정으로 극장을 나갔다.

■ 영화 '바람'은/ 청소년 성장통 이야기

집안의 골칫거리이던 막내 아들이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영정 앞에서 꺽꺽 울면서 말한다."괜찮은 어른이 될게요. 걱정 마세요."

'바람'의 주인공 짱구가 그렇게 한 고비를 넘기까지, 그의 고교 생활은 나름대로 파란만장하다. 부산의 한 상고, 거친 아이들이 많은 그 학교에서 짱구는 싸움 잘하는 '통'이 되고 싶어한다. 어찌어찌하다보니 교내 불법서클에도 들어가 어깨에 힘 좀 주게 되지만, 실은 소심한 겁쟁이다. 큰 싸움을 할 뻔한 위기를 얼렁뚱땅 모면하고 집에 와서는 부모님께 혼날까봐 얼른 이불 덮어쓰고 자는 척하고, 사고 쳐서 경찰서 유치장에 끌려가서는 면회 온 엄마를 보고 닭똥같은 눈물을 흘린다. 짱구와 친구들의 불량기는 실은 어설프고 치기어린 행동일 뿐이다.

폼생폼사 짱구의 실제 주인공, 정우는 천연덕스런 연기로 웃음을 자아낸다. 아쟁과 북 등 국악기로 연주한 영화음악이 보는 맛을 더한다. 이 영화가 왜 청소년 관람불가일까. 26일 개봉.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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