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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임신 왜? "아들 하나는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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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임신 왜? "아들 하나는 있어야…"

입력
2009.11.2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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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음달 둘째 아이를 출산할 예정인 직장여성 김모(31ㆍ서울 송파구 잠실동)씨는 임신 5개월 때 경기도의 작은 산부인과 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다녀왔다. 정기적으로 다니는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불법이라는 이유로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지 않자 성 감별을 해주는 병원을 찾아나선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첫 딸을 낳은 직후부터 시댁으로부터 "둘째는 언제 낳냐"는 소리를 들었고, 임신 후에는 "어서 아들인지 아닌지 알아보라"는 성화에 시달렸다. 그는 "남아선호 같은 건 옛말인 줄 알고 남녀평등을 부르짖으며 살아왔는데 성 감별하러 병원 원정까지 다니고 있다"며 "병원에서 아들이라고 했는데 혹시 딸이면 셋째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씁쓸해했다.

#2. 서울의 한 유명 한의원에서 최근까지 간호사로 일한 최모(31ㆍ여)씨는 토요일에도 늦게까지 격무에 시달렸다.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한약이 입소문을 타 아들을 원하는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씨는 "한의원을 찾은 여성 대부분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라며 "'딸이 대세'라는 얘기가 이 곳을 찾는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는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생아 출생성비가 2007년 이후 정상 수준을 회복했지만 출산 횟수가 거듭될수록 남아의 출생성비가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자녀 가구 중 상당수가 아들을 낳기 위해 추가 출산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돼 남아선호 사상이 여전히 뿌리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첫째 아이 출생성비는 104.9(여아 100명당 남아 104.9명)였으나, 둘째 아이는 105.6, 셋째 아이는 115.8, 넷째 아이 이상은 123.9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다자녀 출산 가구의 비중이 크지 않아 총 출생성비는 106.2로 정상이었지만, 아들 선호가 추가 출산을 결정하는 주요 동기로 작용한 것이다. 통상 출생성비는 104~107을 정상으로 본다.

이같은 경향은 저출산 현상이 점점 심각해진 최근 10년간에도 뚜렷이 나타났다. 총 출생성비가 106.2로 25년 만에 정상을 회복한 2007년에도 첫째 아이 성비는 104.5였던 반면, 둘째아는 106, 셋째아는 115.3, 넷째아 이상은 119.1로 늘어 아들 선호의 강력한 영향력을 입증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한국의 차별출산력 분석'도 남아 선호가 다자녀 출산의 핵심 동력임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3명 이상의 다자녀를 출산한 40대 여성의 자녀 성별 구성은 여아-여아-남아가 48.5%로 남아-남아-여아의 4.5%의 10배 이상이었다.

20대에서도 여아-여아-남아를 출산한 여성이 21.6%로 남아-남아-여아를 낳은 10.4%보다 2배 이상 많았으며, 30대에서도 전자가 34.6%, 후자가 8.9%로 2배 이상의 격차가 났다.

이처럼 출산 횟수에 따라 남아 출산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인위적 조절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신순철 인구보건복지협회 본부장은 "아직도 맏이가 아들이 아니면 부담을 느끼는 것이 대부분 여성들의 현실"이라며 "이러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출산 횟수가 늘어날수록 태아 성감별 등 인위적인 방법을 통해 아들을 낳으려는 경향이 높다"고 말했다.

낙태 근절 운동을 벌이고 있는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의 모임'의 최안나 대변인도 "성별 때문에 낙태를 하는 횟수가 과거보다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딸이란 이유로 수 차례 낙태를 하는 여성들을 적잖이 볼 수 있다"며 "이는 심각한 범죄"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낙태 시술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2005년 보건복지가족부가 한 대학 연구팀에 의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해 평균 34만건 이상의 낙태 시술이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수치일 뿐 실제 행해지는 시술 건수는 150만~200만건이 넘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태아 성 감별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내년부터 성 감별이 합법화됨에 따라 이같은 남아선호 현상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개정 법안이 성 감별을 28주 이상 태아로 제한해 허용하고 있지만 자칫 느슨해진 분위기에 편승해 남아를 원하는 부부들의 조기 성 감별이 만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인회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는 "남아선호 현상이 많이 사라졌다는 최근에도 성별을 구분짓는 젊은 부부들이 있어 안타깝다"면서 "과거처럼 남아선호 문제가 다시 확산되면 결국 이는 낙태 문제와 결부돼 안 그래도 심각한 우리 사회의 생명 경시 풍조를 더욱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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