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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짓다 만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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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짓다 만 집

입력
2009.11.2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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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는 해발 2,240m의 높이에 위치한 고도(高都)이다. 이곳에 도착한 날 새벽에는 땅멀미를 하는 것처럼 어질어질하고 속이 메스꺼웠다. 차를 타고 달리다보면 이곳이 분지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구릉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비탈 위에 다닥다닥 붙어 선 수많은 집들이 시야를 꽉 채운다. 대부분 시멘트 마감이 그대로 드러난 옹색한 집들이다.

군데군데 시에서 그어놓은 경계선이 보인다. 무분별한 난립을 방지하려는 조치로, 그 위로는 집을 지을 수 없다. 끝간 데 없이 이어진 마을에서 페인트 칠이 된 집조차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대부분의 집들은 짓다 만 것처럼 보인다. 이층 지붕 위로 골조에 쓴 철근들이 마구잡이로 삐져올라와 있다. 우리를 시 외곽의 피라미드 유적지로 안내한 운전기사는 그곳을 가난한 사람들의 마을이라고 말했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은 도시 중심에 자리잡지 못한 채 겨우 도시의 경계에 발을 걸쳤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우리의 달동네를 보는 듯하다. 미완성이니 돈을 모아 여유가 생기면 또 한 층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소유권이 없어 팔 수 없지만 누군가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쫓아내지도 않을 것이다. 그곳을 지나면서 절망보다는 희망이 읽혔는데 저녁 무렵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완공되면 내야 하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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