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인사가 국내 유력 언론사 대표를 만나 현 정권 실세와 관련된 의혹 보도를 막는 등 모종의 거래를 했다고 안원구(49ㆍ구속) 국세청 국장이 폭로했다. 문제의 기사에는 국세청의 조직적인 안 국장 사퇴강요 의혹, 한상률 전 청장의 유임로비 의혹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제기됐던 도곡동 땅 소유 의혹 등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보도 무마를 위해 여러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나섰다고 안 국장은 주장했다.
26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A4 용지 13쪽 분량의 안 국장 메모 문건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와 시사월간지를 발간하는 한 언론사 대표가 점심회동을 했다. 당시 이 언론사 대표는 문제 기사의 요약본을 휴대하고 있었다. 이 기사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실소유 의혹이 제기됐던 서울 도곡동 땅이 실제로 이 대통령 소유였다'는 내용의 문서를 국세청이 포스코건설(옛 포스코개발) 세무조사 과정에서 확보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안 국장은 주장했다.
안 국장은 문건 가운데 '○○○과 △△일보 사장의 만남과 거래'라는 제목의 메모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 보도를 막는 과정에 정부 주요기관 관계자들이 총동원됐다고 주장했다. 또 최종적으로는 정부 고위 인사와 해당 언론사 대표의 회동 이후 관련 기사가 보도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안 국장은 이 같은 보도 무마로비에 동원된 인사들의 이름과 직위까지 공개한 뒤, 보도되지 않은 기사의 원문들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국장은 도곡동 땅 문서가 발견된 경위에 대해 자신이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있던 2007년 7월~2008년 3월 포스코건설 정기 세무조사 때 회사 측이 제출한 자료 속에서 도곡동 땅 소유주와 관련한 구체적인 문건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안 국장은 당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문서공개를 하지 않았으나, 자신은 나중에 '대통령 뒷조사를 한 인물'이란 음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포스코건설은 1995년 이 대통령 실소유 의혹이 제기됐던 도곡동 땅을 263억원에 매입했다.
민주당은 이날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지난해 초 안 국장을 매개로 해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 등에게 국세청장 유임로비를 했으며, 검찰이 안 국장의 입을 막기 위해 긴급체포를 했다는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상득 의원 측은 "이 의원뿐만 아니라 비서진도 안 국장을 전혀 모르고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전 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미국에 체류 중인 한 전 청장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귀국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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