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들이 매년 수조원대의 혈세를 지원 받으면서도 이익에 대한 주주(정부) 배당은 턱없이 낮게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기업들이 배당 성향(당기 순익 대비 배당)을 적정 수준으로 높이면 정부의 재정 적자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예산결산특위가 26일 공개한 '공기업 배당의 적정성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20여개 공기업이 현금으로 배당할 수 있는 최대 액수는 2008년 3조 7,000억원(2007년 이익금 기준), 2009년 2조 1,699억원이었다. 하지만 공기업들이 주주인 정부에 실제 배당한 액수는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9,378억원(25.4%)과 3,435억원(15.8%)에 그쳤다. 2004년 이후 공기업의 연도별 평균 배당 성향은 20%를 밑돌았는데, 이는 미국 등 선진국의 공기업 배당 성향(30% 이상)에 비해 낮은 수치다.
보고서는 "공기업은 독과점이라 사업 확장 필요성이나 손실 발생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배당을 높이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상당수 공기업이 현재보다 2~7배까지 배당 성향을 높일 여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공기업들의 올해 적정 배당 총액은 2조 606억원으로, 적정 배당이 이뤄지면 정부의 세입이 1조 1,283억원 늘어나 6,762억원 적자인 올해 기금 제외 재정 수지가 4,521억원 흑자로 바뀔 수 있다고 추산했다.
공기업 배당이 낮은 것은 공기업들이 정부로부터 막대한 직접 지원(지난해 4조 4,642억원)을 받으면서도 정부에 이익을 환원하지 않고 사업확장 적립금, 이익준비금, 임의 적립금 등 내부 유보금을 지나치게 많이 쌓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별 누적 내부 유보금은 올해 기준 수백억~수조원 대에 달하지만 상당수 공기업이 매년 이익의 20~40% 이상을 적립금으로 쌓고 있다. 때문에 "공기업들이 혈세를 받아 자기 곳간만 채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고서는 "내년도 통합 재정 수지는 약 4조원의 적자가 예상되는데, 정부의 배당 세입을 늘리면 상당 부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공기업 배당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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