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성장 동력+사회 공헌 '일석이조'
#일본의 스미토모미쓰이은행은 기업들을 상대로 부동산담보대출을 취급하면서 환경요인을 감안한다.
해당 부동산이 토양오염 등 환경 훼손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면 대출가능액이 줄어든다. 이 은행은 2006년부터 친환경 인증 중소기업에게 대출해 주는 'SMBC-에코론'을 출시, 지난해 말까지 총 800건 470억엔을 대출해 줬다.
#JP모건은 태양열 사업자, 월마트에 '3각 녹색금융'을 지원한 것으로 유명하다. JP모건이 특수목적회사(SPC)에 투자하면 SPC가 태양열 사업자에게 대출하고, 사업자는 월마트에 태양열 장비를 설치한다.
월마트가 쓰고 남은 전력을 사업자가 시중에 판매해 수익을 얻으면, 사업자는 SPC로부터 대출 받은 돈을 갚고 JP모건은 SPC로부터 배당을 받아 원금을 회수한다.
녹색과 서민은 글로벌 금융권의 새 화두다. 활용여하에 따라 녹색금융, 서민금융은 은행들의 새로운 성장동력도 될 수 있고, 여기에 사회적 책임까지 수행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부가 녹색과 서민을 강조한다고 해서 마지못해 시늉만 낼, 그럴 아이템은 아니라는 얘기다.
녹색금융
국민은행은 지난 2월 국내 금융기관 중 최초로 강정원 행장이 직접 지휘하는 '녹색금융경영추진단'을 발족했고, 다수의 녹색 금융상품도 개발했다. 5월부터는 4,500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기 신용평가 항목에 친환경부분을 추가했다. 지난 12일엔 경기 용인시 남사면에 'KB탄소중립의 숲'을 조성, 앞으로 기업활동을 통해 배출하는 탄소량을 상쇄할 만큼의 나무를 심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이종휘 행장이 녹색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3월 발광다이오드(LED) 산업 전용대출 상품을 시작으로 녹색상품을 잇따라 선보였으며, 신성장 녹색기업에는 담보인정비율 10%를 가산 적용 중이다.
하나은행은 '발로 뛰는 그린뱅크'를 구호로 내걸었다. 전 임직원이 만보기를 차고 걸어 다닌 후 10보당 1원으로 계산한 금액을 기부함에 넣는다. 신한은행은 '신한희망愛너지적금'과 태양광 발전소 건설 자금을 지원하는 '신한솔라파워론' 등의 녹색 상품을 내놨다.
하지만 아직 국내 금융권의 녹색행보는 선진국에 못 미친다. 현석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녹색펀드를 비롯한 사회책임투자 규모가 세계의 0.03%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고 탄소배출권 시장도 발달되지 않았으며, 금융기관의 환경 전담조직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지원이 구체적이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네덜란드 은행들은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녹색 펀드, 녹색 은행들을 별도로 운영하는데 이 은행들은 시장 금리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정부가 녹색자본에 대해서는 자본이득세도 면세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민금융
글로벌 은행들은 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을 새로운 수입원이자 사회공헌 수단으로 삼고 있다. 미국은 은행들이 의무적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해야 하는 지역재투자(CRA) 제도가 있어, 씨티 같은 대형은행들도 서민대출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인도에서는 마이크로파이낸스(서민금융) 전문 금융기관이 증시상장에 성공하기도 했다.
국내 은행들은 올해 들어서야 서민대출에 뛰어들었다. 2년 전부터 저신용자 대출을 해 온 전북은행을 벤치마킹해 올해 초부터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에게 적극 권유한 '희망홀씨 대출'은 3월부터 11월 초까지 8개월 간 누적 대출금이 1조원을 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초기엔 부실을 우려한 은행들이 대출을 꺼렸지만, 국민 우리 기업은행 등이 적극 나서면서 11월 초까지 17만여명의 저신용자에게 신규 대출을 했다. 현재까지 평균 연체율은 1.1%에 불과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건당 대출금액이 소액이고 심사 승인율이 10% 가량으로 매우 낮아 인건비가 많이 드는 문제는 있다"면서도 "희망홀씨대출의 연체율이 1.1%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은행들이 서민대출을 확대한다고 해도 부실위험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 전문가 제언- "녹색기업 분석·평가하는 인프라 구축 시급"
"국내 녹색금융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녹색기술을 선별할 수 있는 녹색기업 분석평가 체계 수립과 녹색지수 개발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탄소 의무감축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조속히 설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금융기관에서는 녹색산업과 현재 기업의 상태 및 향후 수익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전담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현석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