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 가볍고 열전도율이 낮으며 완충 역할까지 해 식품 용기, 단열재, 포장 도구의 여러 방면에 쓰인다.
21세기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단 가운데 자원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은 버리는 스티로폼으로 원유 대체 물질을 만들었다. 경제뿐 아니라 환경과 에너지 측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프론티어사업단의 약 3분의 1은 이 같은 공공 기술을 연구한다. 공공 기술은 다른 원천 기술과 달리 산업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정책과 공공 기관의 변화다.
신기술 지원 정책 필요
버려지는 스티로폼 중 깨끗한 건 비교적 재활용이 쉽다. 가열했다 식히면 딱딱해지는데 이를 분쇄해 플라스틱으로 만든다(물리적 재활용). 그러나 흙 금속 기름 같은 찌꺼기가 묻은 폐스티로폼은 분리수거가 되도 골칫거리다.
사업단은 더러운 폐스티로폼을 전처리 시설에 넣고 찌꺼기를 걸러 내 세척한 다음, 분쇄한다. 이를 자체 개발한 특수 설비에 넣으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원유 성분으로 바뀐다(화학적 재활용). 정제 과정을 거친 뒤 물성을 다양하게 바꿔 각종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 사업단은 이 기술로 연간 약 250억원 규모의 원유 수입 대체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쓰레기 재활용 업체들은 규모가 영세해 신기술 도입이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마다 일일이 화학적 재활용을 위한 특수 설비를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업단의 최명재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물리적 재활용에는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화학적 재활용도 비슷한 정책이 마련된다면 업체나 지자체가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기술에 열린 마인드 가져야
산업화와 도시화는 전력 소비를 꾸준히 증가시킨다. 하지만 기존 전력 공급망은 포화 상태. 전선 용량에 한계가 있고, 화재 위험이나 환경 문제로 전선을 무턱대고 늘릴 수도 없다.
차세대초전도응용기술개발사업단이 내놓은 대안은 초전도 전선이다. 저항이 0에 가까운 초전도물질로 전선을 만들면 같은 크기의 기존 전선보다 5, 6배의 전력을 수송할 수 있다. 초전도 전선은 화재 위험이나 전력 손실이 기존 전선보다 적다.
류강식 단장은 "초전도 전선으로 전력 공급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이외엔 거의 없다"며 "우리가 개발한 초전도 전선을 12월 3일 경기 이천변전소에 시범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류 단장은 연구 시작 단계부터 공을 들였다. 그는 "전력 분야의 공공 기술은 개발만 했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한국전력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공동 워크숍이나 기술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서 채택하지 않는 공공 기술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수자원 분야도 마찬가지다. 수자원의지속적확보기술개발사업단은 2007년부터 부산 수영구와 협약을 맺고 박남식 동아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개발한 지하수적정관리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도심 지하의 통신 시설, 지하철, 터널, 지하 주차장 같은 구조물은 지하수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한다. 이런 구조물로 새어 나가는 지하수는 대부분 버려진다. 물 부족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사업단의 지하수 적정 관리 시스템은 수영구 지하수의 총량과 유출량을 모니터링하고 염분까지 측정한다. 유출된 지하수를 모아 부족한 지점에 주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지자체나 공공 기관은 사실 많지 않다. 공공 기술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공들여 개발한 기술도 운이 나쁘면 헛일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연구자는 "운 좋게 에너제틱하고 해 보려는 의지가 강한 공무원이나 지자체장을 만나야 기술을 적용해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위험 부담을 떠안지 않으려는 공공 기관의 소극적 자세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술의 효과를 정확히 예측하거나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프론티어사업단에는 아직 연구실에 발이 묶여 있는 공공 기술이 여럿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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