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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런 게 서울대 법인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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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런 게 서울대 법인화라고?

입력
2009.11.2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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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이장무 서울대 총장이 교수들에게 이메일 한통을 보냈다. 서울대 전체 교수 앞으로 총장이 웬 이메일? 배경과 내용이 궁금했지만, 제목을 보곤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서울대 새 캠퍼스 조성 논의와 관련하여'제목 처럼 이 총장은 최근 세종시 논란과 맞물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서울대 새 캠퍼스 조성 및 이전 등에 대한 여러 설(說)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범정부 차원의 세종시 기능 및 청사진에 관한 논의에서 서울대 새 캠퍼스 조성과 관련한 근거 없는 추측성 내용들이 여과 없이 전해지고 있다."...

여기까진 수긍이 갔다. 이 총장의 말대로 일부 단과대학이나 구성원 개인의 의견이 언론을 통해 사실과 다르거나 부풀려 보도되면서 학내외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주장, 백번 옳은 지적이다.

그런데 서울대 법인화 부분은 영 이상했다. "법인화와 연계해 물밑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 처럼 추측성 보도가 있었다"는 지적은 그렇다 치자. "(이런 보도는)지성의 전담을 자부하고 있는 대학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로,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는 구절 역시 이 총장의 불편한 심기 정도로 이해했다.

이 총장은 이런 식의'해명'과 '유감'에 머물지 말았어야 했다. 서울대 법인화의 특혜 시비에 대해서도 언급했어야 옳았다.

한번 따져보자. 국립대 법인화의 본질은 명료하다. 정부 통제에서 벗어나 학교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게 핵심이다. 조금 덧붙이자면'서울대 법인'이라는 별도 회사를 만들어 자급자족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달콤한 지원에 길들여진 국립 서울대가 단번에 '홀로서기'를 하는 건 어려운 법. 교육과학기술부는 '독립생활'이 가능할때까지 한시적으로 지금처럼 예산을 지원키로 방향을 잡고 논의를 해왔으나, 최근 차관회의를 통과한 서울대 법인화 법안(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서울대가 법인화 되더라도 정부가 끝까지 먹여살리겠다는 약속이다. 무기한의 정부 재정 지원 규정은 차라리 점잖은 편이었다.'법인 설립 당시의 예산과 고등교육 예산 증가율을 반영해 매년 지원금을 산정한다'는 조항엔 말문이 막혔다. 계속적인 재정 지원 외에 덤으로 고등교육 예산 증가율까지 반영해 '보너스'를 얹혀주겠다는 발상이다.

이쯤되면 서울대 법인화는 '무늬만 법인화'가 딱 어울린다. 자율적 운영을 통한 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국립대 법인화 취지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 총장 입장에선 서울대 법인화에 대해 침묵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수도 있다. 서울대 요구를 정부가 알아서 100% 반영했고, 여기에'알파'까지 집어줬으니 아쉬울게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법인화 문제에 직면한 다른 국립대를 생각하고, 재정이 열악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하는 여러 사립대를 고려했다면 법인화를 언급했어야 했다.

정부는 어떤가. 한시(限時) 지원이라는 큰 명분을 하루 아침에 번복해놓고도 태연하다. 책임지는 공무원은 아무도 없다. 교과부는 몸을 꽁꽁 숨기고 있다. 서울대 법인화 법안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교과부로 겨눠 질게 뻔한 이유에서다.

서울대 법인화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는 느낌이다. 정부가 대학 개혁을 명분으로 앞뒤 안가리고 법인화 법안을 일단 통과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판단이다. 국회는 이 '해괴한' 서울대 법인화 법안을 어떻게 처리할까.

김진각 정책사회부차장ㆍ교육전문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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