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이 처음으로 사진에 담긴 지 만 100년 만에 석굴암을 단일 주제로 한 최초의 전시가 '석굴암 백년의 빛'이라는 이름으로 12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조계사 경내에 있는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조계종 총무원과 동국대가 공동 주최하는 이 전시에는 260여 건 1,000여 점의 사진과 책자등이 나온다. 1909년 12월 동경제대 교수 세키노 다다시(關野貞) 일행이 찍은 석굴암 본존불 사진, 경주에 있던 전문 사진회사인 토요켄(東洋軒)사진관이 1912년 늦가을(추정)에 본존불과 36개 조각상 전부를 최초로 담은 사진첩 '신라고적석굴암석불' 등 다수의 미공개 사진이 전시목록에 포함됐다.
이번 전시회 도록을 겸한 단행본 <석굴암 백년의 빛> 을 집필한 성낙주 석굴암미학연구소장은 26일 열린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석굴암이 버텨낸 근대 100년의 영광과 수모의 역사를 사진을 통해 되돌아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 책은 석굴암 배치의 과학성, 미학적 황금비 등 문화사적, 예술사적 분석보다는 다양한 사진과 문헌자료를 통해 바라본 한 세기의 석굴암 이야기를 통사적으로 전하고 있다. 석굴암>
성 소장은 다만 '아침 햇살이 석굴암 부처님의 백호(白毫ㆍ부처의 눈썹 사이에 있는 희고 빛나는 털)를 비춰 그 반사된 빛이 자비광명의 세상을 밝히고…' 하는 식으로 묘사돼 온 이른바 석굴암의 '햇살 담론'은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이 논리는 전각을 갖춘 석굴암의 구조상 불가능한 이야기이며, 태양신 아마테라스를 숭배하는 일본이 그들의 신앙적 해석을 석굴암에 투사한 식민지문화론의 흔적이다. 이 같은 해석이 일제가 만든 조선총독부 교과서에 수록됐고, 해방 이후에도 국어 교과서에 실린 미술사학자 윤희순의 글 '토함산 해맞이'처럼 맹목적으로 재생산돼왔다는 것이다.
일본 사학자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가 여러 책에서 "화창한 태양빛이 바다를 건너 굴원의 불타 얼굴에 닿았을 때… 불타와 그를 둘러싼 여러 불상이 놀라운 새벽 햇살로 선명한 그림자와 흐르는 듯한 선을 보인 것도 그 순간이었다" 운운했던 것도 당시 석굴암 전각이 훼손돼 버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해석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성 소장은 "석굴암의 예술적ㆍ종교적 가치는 학문적 분석의 치장 너머에서 유구의 세월 동안 경이롭게 빛나고 있는 '미의 천체도'"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대중과 함께 그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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