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 직원들이 연말을 앞두고 좌불안석이다. 한전에서 시작된 공기업 인사 혁명이 다른 곳으로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5개 화력 발전 공기업 중 가장 큰 한국동서발전(사장 이길구)은 최근 정기 인사에서 1직급인 본사 6개 처ㆍ실장과 6개 사업소장 보직을 전원 교체했다고 밝혔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통상 처ㆍ실장과 사업소장들은 20~40% 정도 바뀌는 게 관례였다"며 "이번처럼 모두 교체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동서발전은 또 부처장급(2직급)과 부장급(3직급), 과장급(4간부) 전 직원도 이동ㆍ보직시켰다고 덧붙였다. 이는 본사 처ㆍ실장과 사업소장 및 특별조직 부서장 인사만 사장이 직접 결정하고, 2직급 인사는 1직급인 처ㆍ실장과 사업소장이, 3직급은 2직급이 결정토록 인사권을 대폭 이양하며 이뤄졌다.
특히 이번 인사는 그 동안 이 사장이 밝힌 '성과주의'를 그대로 실천한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 사장은 "경영 평가를 실시,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직원들은 사실 신임 사장들의 단골 메뉴라며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번 인사에서 경영 성과가 좋았던 울산화력본부의 본부장이 핵심 발전소인 당진화력본부 본부장으로 발령받고, 경영 성과가 좋지 않았던 사업소장이 인사 불이익을 받자 직원들도 긴장하기 시작한 것.
동서발전은 또 이번 인사에서 368개 단위(8소 3실 2부처 11부 63팀 281과)의 조직을 295개 단위(5소 3실 11부 49팀 227과)로 축소했다.
사실 공기업 인사의 이러한 변화는 올 초 한전 인사에서 시작된 것이다. 김쌍수 한전 사장은 1월 관행적인 순환보직제를 폐지하고, 직위나 직급ㆍ지역 등에 상관없이 현 보직자 전원이 모든 직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원ㆍ경쟁하는 파격적인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한전에선 처장급 간부 직원의 76%가 교체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김 사장은 이어 6월에도 승진 인사에서 3직급 직원 4,500명 중 무작위로 승진심사위원들을 선정, 신선한 충격을 줬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승진 심사 전날 밤11시 심사위원으로 뽑힌 사실을 통보 받는 등 첩보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극도의 보안이 진행됐다. 또 만약의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심사 전 과정이 카메라로 녹화됐다.
김 사장은 "5%의 개선은 불가능해도 30%는 가능한 법"이라며 "공기업에 덧씌워진 무사안일의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내부경쟁을 통해 효율을 창출하는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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