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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뒷북은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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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뒷북은 참 쉽다

입력
2009.11.2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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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가 3,2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청사를 짓고 3억원을 들여 개청식을 해 뭇매를 맞고 있다. 말썽이 되자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장의 집무실 면적에 부속실 등을 포함시키고 그 기준을 자치단체의 조례가 아닌 대통령령으로 규제키로 하고,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호화 청사 건립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호화 청사를 건립한 단체장에게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을 줄 것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지자체 호화청사 뒤늦은 제동

그러나 성남시청사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이대엽 시장의 선거공약이었고,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해 2006년 12월 예산안을 단독 통과시켰다. 그러니 한나라당 중앙당의 방침은 사후약방문이며 뒷북치기인 셈이다. 공공기관 대부분이 분당으로 이전한 터에 시청마저 떠나면 구시가지의 상권이 무너지는데도 별 대책이 없었지만, 호화청사가 세워질 때까지 언론 역시 감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요즘 광화문광장은 또 공사판이 돼버렸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기 위해 모 기업과 서울시가 12월 중순에 스노 보드 스포츠 축제를 연다는데, 플라워 카펫이라는 꽃이 잔뜩 피어 있던 곳은 스케이트장으로 변하게 된다. 내년 봄에는 또 꽃을 심느라고 돈을 잔뜩 쓰게 될 것이다.

광화문광장에 대해서는 비판 여론이 높다. 도대체 그런 걸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 뿌리 뽑혀 없어진 은행나무도 그렇고, 이순신 장군 동상 밑의 분수 이름도 그렇다. 12ㆍ23분수라는 이름 중 12는 충무공이 12척의 배로 왜선 133척을 격파한 명량대첩을 상징하며, 23은 23승 무패의 전적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그런 해괴한 이름을 생각해냈는지 모르지만, 12월 23일이 일본 아키히토(明仁) 천황의 생일이라는 점에서 반감을 더 키우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분수 명칭 개명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문제도 마찬가지다. 광화문광장의 조성계획이 발표되고 지난해 5월 착공 이후 올해 8월 개장할 때까지 문제점을 제대로 짚고 분석한 전문가나 언론은 거의 없었다. 시청앞 광장, 청계광장과 함께 도심에 새로운 명소가 생긴다는 식의 안내기사가 넘쳤을 뿐이다.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조두순 사건은 한 TV방송사의 시사기획 프로그램이 없었으면 묻히고 잊혀졌을 사건이었다. 8세밖에 되지 않는 여자아이에게 저지른 성범죄의 잔혹성과 범인의 파렴치함은 인간에 대한 배려와 정이 없는 법원의 선고, 유아 성범죄의 형량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동안의 논란을 정리하듯 법무부는 25일 형법,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골자는 현재 15년인 유기징역의 상한을 20년으로 늘리고 형이 가중되면 30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형을 감경토록 한 규정도 법관의 판단에 따라 감경하지 않을 수 있는 '임의적 감경'으로 바꿨다.

그러나 한나라당 아동성범죄대책특위는 그 다음 날 징역상한을 15년에서 30년(가중 50년)으로 올리고 아동성범죄자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총리실 등 9개 부처와 실무 당정을 열어 결정했다는데, 앞으로 고위당정을 열어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우스운 것은 이 실무 당정에 법무부 관계자도 참석한 점이다. 현행 유기징역 상한은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것이다. 법의 안정성 확보도 문제이지만, 입법예고까지 마친 단계에서도 당은 당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각자 법 개정 경쟁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회 전체의 감시 기능 키워야

무슨 문제가 생기면 일제히 들고 일어나서 그야말로 중구난방(衆口難防)의 대책을 쏟아 놓고 조금 있으면 잊어 버리는 게 우리사회의 문제점이지만, 적절한 시점을 놓친 뒷북은 언제나 무리를 낳는다. 관이든 민이든 언론이든 우리 사회의 데스크기능, 사전 감시ㆍ점검기능은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 늘 좀더 깨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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