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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日·대만 등 학생들과 '원격수업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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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日·대만 등 학생들과 '원격수업교류'

입력
2009.11.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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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feel so sad about the earth getting hotter.(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 매우 슬퍼요)"

중학교 2학년 김해인(14)양이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영어로 한 단어 한 단어 조심스레 쳤다.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던 김양이 이어서 쓴 문장은 'to slower global warming, we have to reduce using plastic products.'지구 온난화의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기특한 마음을 담았지만, 문장은 어설프다.

옆 자리에 앉은 김유진(14)양은 "TV나 컴퓨터 같은 전자제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글을 영어로 올렸다. 인터넷 한영 사전을 뒤지며 적당한 영어단어가 없는 지 골똘한 표정을 짓는 학생도 군데군데 엿보였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정원여중 2층 영어전용교실. 이 학교 1ㆍ2학년 학생 20여명이 수업 중에 글을 올리는 인터넷 사이트는 'CCAD(Conneting Classroom Asian Dialogues )'(www.asiandialogue.com)의 포럼 방. 이 곳에 글을 올리는 학생은 정원여중 학생들만이 아니다. 지구 반대편의 영국 셉튼과 대만 카오슝 지역 중학생들도 지구 온난화를 주제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번 학기에 올라온 글 수는 벌써 100개를 넘었다. 'Kana Brial'이란 아이디를 쓰는 대만 학생은 "지금처럼 환경을 오염시키면 결국 지구를 우리 손으로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야"라며 비분강개했고, 'Sehi-craigh'라는 아이디의 영국 학생은 "당장 우리 집 앞에 있는 쓰레기부터 줍자"며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정원여중 학생들도 영국과 대만의 또래 친구들이 올린 의견에 "좋은 생각이야" 등의 댓글로 맞장구를 치며 자신들의 의견들을 올렸다.

한국 학생들이 올린 글 중에는 'Earth become die' 'We are save the world' 등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들도 적지 않다. 'We must do or die Earth' 같은, '마음만 앞선' 영어 문장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주눅들지 않았다. 김유진양은 "부족한 영어실력이지만 다른 나라 아이들과 함께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무척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 수업은 영국문화원이 아시아국가 중학교를 대상으로 주관하고 있는 '원격수업교류'(Conneting Classroom) 시간. 온라인을 통해 각국의 학생들이 모여 인권, 기후변화, 세계시민의식 등 다양한 국제이슈를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2년 전 시작한 후 지금은 영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8개국 2만5,0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 국내 학교들도 대거 참여해 현재 62개 중학교 1,500여명의 학생이 온라인에서 토론하고 있다. 한 학기마다 각 나라 세 학교가 한 팀을 이뤄서 하나의 주제를 정해 매달 두 차례 수업을 진행한다.

정원여중이 택한 이번 학기 주제는 '지구 온난화'. 자연재해 등의 동영상을 보고 학생들끼리 1차 토론을 한 뒤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의 의견을 올린다. 김정수(14)양은 "내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서 문장을 만들며 애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영어 실력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 실력을 키우는 것 외에도 다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며 학생들은 만족해 한다. '세계시민의식'을 주제로 대만과 영국 문화를 다룬 지난 학기 수업에 참여했던 원나영(14)양은 "영국과 대만 학생들의 일상 생활, 축제, 전통음식 등에 대해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고 서점에서 책을 구해 조사했다"며 "처음에는 대만이 중국과 같은 나라인줄 알았는데, 음식이나 언어 등이 딴판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학교측도 "학원, 과외 등 사교육에 비해 부족했던 실생활 영어 교육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가 크다.

만족도가 높다 보니 학생들의 의욕은 주최측의 프로젝트 추진 속도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원양은 "글로만 토론을 할 게 아니라, 진짜 원격수업 시스템이 도입돼 다른 나라 친구들의 얼굴을 직접 보면서 얘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영국문화원측은 이르면 내년부터 화상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격수업교류의 활성화를 위해 25일부터 5일간 대만에서 '원격수업국제교육 엑스포' 도 열린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8개국 학생ㆍ교사 200여명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프로그램의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엑스포에 참여하는 이희윤(14)양은 "다른 나라 학생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돼 벌써부터 설렌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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