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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들락날락 화장실 고통… 하루 20g 섬유질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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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들락날락 화장실 고통… 하루 20g 섬유질 드세요

입력
2009.11.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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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승무원 김영미(30ㆍ여)씨는 2, 3년 전부터 스트레스만 받으면 아랫배가 아프다. 음료가 '뜨겁네' '차갑네'하며 까탈을 부리거나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승객을 만나면 어김없이 화장실을 가야 했다. 할 수 없이 병원을 찾아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병원을 다녀온 후 증상은 오히려 심해졌다. 대변을 보면 그나마 통증이 사라지지만 화장실이 몇 개 없는 기내에서는 곤란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일을 그만두려고 마음 먹은 김씨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병원을 다시 찾았다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스트레스가 주 원인?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대장에 궤양 염증 종양 등이 없는데도 식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복통이 반복되는 만성질환이다. 사람에 따라 변비를 동반하거나 설사 변비가 불규칙적으로 반복되기도 한다. 설사한 뒤에도 개운치 않고 잔변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2001년 한국인 1,066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과민성 대장 증후군 증세가 있는 사람은 6.6%. 지역별로는 서울 거주자가 11.6%로 가장 높았다. 형태는 설사형이 30.8%, 변비형이 24.6%, 설사와 변비 교대형이 44.6%였다.

미국에서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감기에 이어 결근 원인 2위에 올라 있다. 미국 직장인의 연 평균 결근 일수는 5일인데 반해 이 질환을 앓는 환자는 13일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연간 과민성 대장 증후군 발생 환자 수는 300만명 안팎이다. 이들은 의료비로만 대략 8조원을 지출하고 간접 부담까지 포함하면 비용이 25조원에 달한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직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환자가 정상인보다 불안해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악화하는 것으로 봐서 스트레스가 증상을 유발하는 주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배변 활동을 정상화하도록 하는 게 효과적 치료법이다.

섬유질 풍부한 채소 과일을 많이 섭취해야

이 병을 개선하려면 식 습관을 고쳐야 한다. 이풍렬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식사 시간을 지키면서 섬유질이 많고 지방이 적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식생활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섬유질 하루 필수 섭취량 20g을 채우는 것은 때맞춰 식사하는 일보다 더 어렵다.

특히 육류를 구워 먹으며 회식하는 일이 잦은 직장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교수는 "회식 때나 평소 식사 때 채소 과일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의식적으로 많이 먹으려고 해야 겨우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바쁘다고 햄버거 피자 등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은 금물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한다고 장운동이 활발해지거나 민감한 장이 둔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김효종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운동 중에서도 요가나 걷기 등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트레스를 풀어 줘 과민성 대장 증후군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환자에 따라 자신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아 증상이 악화하기도 한다"며 "병에 대한 강박을 떨쳐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많은 노력을 하는데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사회생활에 지장 줄 정도로 심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설사 환자는 장의 예민도를 떨어뜨리는 진경제, 변비 환자는 수분을 흡수해 대변의 부피를 늘리고 부드럽게 만드는 부피 형성 완하제 등 약물을 써서 효과를 볼 수 있다. 항우울제를 보조적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정신과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므로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김 교수는 "신경 하부에서 상부로 정보가 전달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항우울제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과도하게 예민한 장의 비명을 뇌가 듣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방음벽인 셈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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