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앞으로 3년간 물가상승률을 2~4% 안에서 잡기로 했다. 불확실한 경기전망과 환율, 유가 등을 감안한 결정이지만, 4%까지 높아진 목표 범위를 두고 "너무 느슨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2010~2012년 사이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3±1%로 결정했다. 최근 3년간(2007~2009년ㆍ3±0.5%)보다 범위가 넓어진 셈. 따라서 물가허용 범위는 현재의 2.5∼3.5%에서 2.0∼4.0%로 확대된다.
한은은 최근 소비자물가 움직임, 주요국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갈수록 커지는 소비자물가의 변동성을 감안할 때 기존 0.5%포인트의 변동 허용폭은 다소 좁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 이후에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데다 국제 원자재가, 환율 등의 움직임에 따라 물가변동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한은은 또 현재는 특정 연도의 물가가 허용범위를 넘었더라도 3년 평균이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면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했으나 내년부터는 매년 물가가 목표범위에 들어가도록 노력키로 했다고 밝혔다. 3개년 평균치만 달성하는데 집착하기 보다, 매년 향후 2,3년씩을 내다보며 운영하겠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으로 한은의 금리결정에 한층 여유가 생겼다고 평가한다. 최근처럼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서, 수년 후의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경기와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하는 부담은 상당 폭 덜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한은이 앞으로 통화정책의 초점을 물가보다 경기 흐름에 맞출 것이며, 저금리정책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4%까지 높아진 목표치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한다. 물가목표는 단지 이를 달성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통화당국의 의지와 향후 조치를 내포한 것인데, 변동폭을 4%까지 높이는 것 자체가 경제주체들에게 '한은이 어느 정도 고물가는 용인하겠다'는 신호로 해설될 수 있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정성태 선임연구원은 "물가목표제 시행 국가중 변동폭을 1%포인트로 두는 나라는 많지만 상단이 4%인 경우는 드물다"며 "매년 물가목표 상황을 재점검하겠다는 결정도 최장 1년까지 걸리는 통화정책 효과 시차를 감안해 그 동안 단기보다는 중장기로 정책을 운영해 온 논리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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