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영리하다. 또 부지런하다. 조금이라도 수익이 더 나는 곳이 있다면, 귀신같이 확인해서 재빨리 몰려간다. 더구나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돈이 풀린 상태. 고수익을 좇는 돈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지금 그 돈들이 경쟁적으로 향하는 곳은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 신흥국. 수요가 늘어나니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그리고 원자재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위기가 아시아에 버블(거품) 괴물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불 붙는 아시아 자산가격
싱가포르는 지난 3분기 주택가격이 무려 15.8%나 급등했다. 무려 28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주택 거래량도 사상 최고치다. 올 들어 거래량이 이미 작년 전체 거래량의 3배를 넘어섰을 정도로 과열양상이 확연하다.
홍콩도 고급 부동산을 중심으로 거품이 부풀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고급주택(130만 달러 이상) 가격은 28%나 뛰었다. 정부 당국자의 잇단 경고도 무용지물이다.
중국도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0월 주택가격 상승률은 4.0%. 14개월 만에 최고치다.
거품은 주식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올 들어 중국 증시는 100% 가까이 급등했고 홍콩, 싱가포르는 물론 인도네시아, 인도, 대만, 필리핀 등도 50% 이상 상승하면서 주가가 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한국도 올 들어 40%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공세
지금 아시아 자산 버블의 주범은 미국 달러화다. 달러의 가치는 유례없는 수준으로까지 추락했고, 초저금리 탓에 언제든 저렴한 이자로 달러를 빌릴 수 있다.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통화를 싼 값에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를 위한 최적의 통화다.
이런 달러 자금이 몰려드는 곳은 중국,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국. 특히 집중 표적이 되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최근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 여기에 금리 인상 기대까지 맞물리면서 중국으로의 핫머니(투기자금) 유입은 갈수록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은 "금리 인상과 위안화 절상 기대가 최고조에 달하는 내년 1분기가 중국 자산 버블의 정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잇따르는 경고
버블은 언젠가 붕괴되기 마련. 미국 금리인상이 됐든, 아니면 상업용 부동산 부실확대가 됐든 기폭제가 주어지면 일시에 터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잇따른다.
스티븐 세체티 국제결제은행(BI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급성장하는 국가에 유입되면서 주식과 부동산 붐을 일으켜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고, 류밍캉(劉明康) 중국 은행감독위원회 주석은 "미국의 저금리정책이 국제적 투기의 원인이며 세계 경제에 극복하기 힘들 정도의 큰 위험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이날 자산 거품 심화를 막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 정책을 공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 자금 유입이 최근 다소 둔화세를 보인다는 점.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가격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당장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금리인상 등의 조치에 따라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다시 급증할 수 있는 만큼 항상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lt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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