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불황이면 립스틱이나 짧은 치마가 잘 팔린다는 유통업계의 속설이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 업계에도 립스틱이나 짧은 치마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스포츠카이다.
실제로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미국에서는 스포츠카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경제사정과 실업사태 속에 올해 미국의 자동차 판매가 줄면서 대부분 차종이 두자릿 수의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카 판매는 지난달까지 작년보다 7.2% 증가했다. 불황 속에 스포츠카의 존재감이 재조명되고 것이다.
스포츠카는 고출력 엔진에 낮은 연비, 비좁은 뒷좌석 등이 특징이다. 경기 침체 이후 고연비, 실용성을 강조하는 최근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와 정반대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스포츠카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 전문가들은 스피드라는 자동차의 기본적 속성에 주목하고 있다. '스피드'야 말로 고연비에 실용성을 갖춘 차로는 만족할 수 없는 자동차의 영원한 로망이라는 것이다.
또 최근 자동차 업계의 트랜드와 반대인 스포츠카의 성능이 오히려 남들과 구별되는 개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비싸지만 특정 계층에게는 오히려 잘 팔리는 베블렌 효과가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스포츠카 증감에 관한 통계가 따로 없어 미국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슈퍼카로 불리는 고가, 고성능의 스포츠카가 잇따라 출시돼 주목 받고 있다.
슈퍼카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지칭하는 말로 경주용 혹은 이에 준하는 성능으로 제작된 차다. 일관된 기준은 없으나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이 4초 이내, 엔진 출력이 500마력 이상 정도 돼야 한다. 일반 2000㏄ 중형차의 제로백이 7~9초, 출력이 160마력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슈퍼카는 폭발적인 성능을 갖고 있다고 할 만하다.
먼저 주목을 끄는 것은 닛산의 GT-R. 닛산의 첨단 기술력이 총 집약된 차로 스피드에 충실하다는 평가 받고 있다. 수작업으로 완성된 3.8 트윈터보 V6엔진으로 485마력이다. 리터당 7.8㎞를 달릴 수 있을 정도로 고연비인 것이 특징이다. 앞뒤 차체 무게를 최적으로 배분 F1 차량을 방불케하는 손맛(핸들링)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빗길, 눈길 주행이 가능한 전천후 성능까지 갖춰 닛산은 GT-R을 '멀티 퍼포먼스 슈퍼카'로 부르고 있다. 디자인 역시 스피드에 초점을 맞춰 공기저항을 세계 최저수준(0.27)으로 낮췄다. 차체 주변과 사이드 미러까지 모두 공기 흐름을 감안해 설계됐다.
실제로 최근 경기 화성시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서 시승해 본 GT-R은 탄력을 받지 않고 엑셀레이팅만으로 시속 270㎞까지 순식간에 도달, 무서운 성능을 짐작케 했다. 국내 판매 가격은 1억4,900만원.
아우디는 최근 뉴 R8을 국내에 선보였다. 멋진 디자인과 강력한 주행 성능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R8은 2008년 올해의 자동차 시상식에서 세계 최고 성능의 자동차와 세계 최고 자동차 디자인 등 2개 부분을 석권한 바 있다.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5,200㏄ V10 엔진을 탑재, 최고출력 525마력이다. 제로백은 3.9초. 100% 알루미늄 차체에 LED 미등을 접목, 미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공기저항계수는 0.36이다. 12개의 스피커를 통한 사운드와 넓은 시야를 확보한 실내 디자인 등도 특징이다. 가격은 2억1,600만원.
프리미엄 스포츠카 브랜드의 대명사 포르쉐도 이번주 뉴 911 터보를 선보일 예정이다. 뉴 911 터보는 7세대 모델로 포르쉐의 플래그십(대표차종). 3.8리터 엔진을 탑재해 500마력의 최대 출력을 자랑한다.
사륜 구동시스템인데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앞뒤로 제어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7단 변속이 가능하다. 최근 트렌드에 맞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구형에 비해 18%줄였으나 성능은 오히려 개선됐다는 평가다. 제로백은 3.4초. 쿠페와 카브리올레 두 가지 모델로 선보인다.
이처럼 최근 잇따른 외제 스포츠카 출시가 잇따르는 것에 대해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스포츠카는 특정 계층에 초점을 맞춘 탓에 마케팅 폭이 넓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해당 업체 기술력의 결정체라는 상징성뿐 아니라 거리를 질주하는 차량 자체가 해당업체를 광고홍보하는 효과가 커 당분간 자존심 대결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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