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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그네' 전곡 공연 베이스 연광철 "슈베르트의 방랑자 정서, 유럽서 활동하며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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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그네' 전곡 공연 베이스 연광철 "슈베르트의 방랑자 정서, 유럽서 활동하며 공감"

입력
2009.11.2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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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의 방랑자 정서를 좋아하죠. 어딜 가든 나는 외국인 같으니까요." 베이스 연광철(45)씨가 23일 기자들에게 디아스포라로서의 감정을 토로했다. 12월 21일 예술의전당에서 여는 슈베르트의 가곡집 '겨울 나그네' 전곡 공연을 앞두고 잠시 귀국한 연씨는 "그들(유럽) 문화의 중심에서 그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외국 가수라면 누구든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2002년 바이로이트 음악제를 통해 "바그너가 찾던 그 목소리"라는 극찬을 받으며 현지 언론들에 의해 "독일의 차세대 베이스"라는 평을 들은 주인공이다. 지난 3월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바렌보임의 지휘로 바그너의 '로엔그린'을 공연하는 등 최근 1년 동안 숨돌릴 틈 없는 활동을 펼쳐온 그가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정명훈씨의 피아노 반주와 협연하는 '겨울 나그네'로 돌아온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_ 정명훈씨와의 인연은.

"파리에서 1994년 바스티유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협연을 한 번 한 것을 빼고는 함께 작업한 적은 없다. 지휘의 경험이 농축된 피아니스트의 함축적 반주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정씨와 내가 서로의 템포를 인정해 가면서 느끼는 기쁨의 작업이다."

_ '겨울 나그네' 전곡 연주의 의미는.

"작품이 긴데다 쉬는 곳도 없어 유럽서도 기피되는 곡이다. 나는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등의 반주로 베를린에서 네댓 차례, 한국에서 두 차례(1999, 2003년) 일부 공연했다. 원래 테너를 위해 작곡된 것이기도 하거니와, 너무 어둡고 슬픈 내용이라 둔중한 베이스들은 꺼린다. 이 곡의 명연으로 꼽히는 한스 호터는 86분인데, 나는 76분 걸린다."

_ 실연한 젊은이의 심정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도회 어느 한 구석에 머물고 있는 청년, 혹은 이미 세상을 뜬 청년의 전생 등 두 가지해석이 가능하다. 나는 그 중 세상을 뜬 영혼이 거리의 악사를 보는 상황으로 설정했다. 특히 '여인숙' 같은 곡은 거기 딱 들어맞는다. '떠남'의 정서와 '배회'의 느낌이 베이스와 합치한다."

_ 독일 오페라의 최고봉인 바이로이트에서의 14년 활동을 요약한다면.

"음향 조건에 민감한 나로서는 당시 바그너가 일일이 체크해 가며 건축한 곳에 설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전통을 중시하는 독일을 절감한 계기였다. 제사장이나 왕 역할 등 보통 베이스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당당한 풍채가 어울리는데, 체구가 작은 나를 보면 연출가들이 머리를 갸웃거리기 일수였다. 극복은 음악으로써만 가능했다. 훨씬 정제되고 정교한 딕션을 위해 노력한 것은 그래서다. 그들에게 나를 인식시키기 위한 방법이었다. 사실 초창기에는 키높이 구두를 신기도 했다."

_ 당신을 지탱시켜 준 힘은.

"궁금한 것은 도저히 못 참는다. 나는 바그너로 데뷔했다. '파르지팔' '트리스탄' '링' 등이 모두 바그너의 작품이지만, 무대에 설 때마다 그 작품들을 만든 바그너의 심리나 상태에 대해 연구한다."

_ 지난 3월 서울대 교수직을 제안 받았는데.

"해외 스케줄 때문에 불가능하다. 내년 3월께나 가능하다."

_ 가족은.

"4년째 독일서 혼자 산다. 지난 13일 베를린 연주회 때 아이들(딸 둘)이 신종 플루에 감염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3주 전 베이징 갔을 때 걸린 듯하다."

그는 공고 출신이다. 고3 때 건축설계기능사 자격시험에 떨어지는 바람에 자극을 받아, 충주 시내를 다 뒤져 원하는 악보를 찾던 일을 떠올리기도 했다. 공연 문의 (02)518-7343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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