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유전자(DNA)정보 수집, CCTV 설치와 인터넷 감청 등이 증가하면서 인권 및 사생활 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범죄예방과 해결을 이유로 정부가 첨단 기술로 무장, 체계적 감시에 나서면서 한층 엄혹한 통제사회의 도래까지 예견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특히 유전자정보 수집에 대한 원성이 높다. 영국 더타임스는 정책제안 단체인 인류유전학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용, 영국 경찰이 백만 명이 넘는 무고한 국민의 유전자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조나단 몽고메리 위원장은 "단지 정보 수집을 위해 체포하지 않아도 될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국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체포했다"고 말했다. 특히 18~35세 사이의 흑인 남성 국민 4분의 3의 유전자정보를 이미 수집했다는 점은 특정 인종에 대한 경찰의 체포 남발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국 경찰발전연구청은 세계 최대 수준인 무려 480만 명의 유전자정보를 보관하고 있다. 당초 강력 범죄에만 적용되던 유전자정보 수집은 2005년 4월부터 경미한 범죄에까지 확대됐다. 체포된 경험이 있는 국민의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인권단체들은 특히 '무고한' 국민의 정보 보관을 문제삼는다. 당초 당국은 무죄로 풀려난 국민의 유전자정보를 최장 12년까지 보관하려다 인권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그나마 6년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유전자정보 수집 외에도 영 정부가 취하는 일련의 감시강화 정책 때문에 영 국민들은 한층 예민해져 있다. 영국 내무부는 최근 수사 당국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의 사용 기록도 감청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내 CCTV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다 올 초 글래스고에서는 대화 내용이 녹음되는 CCTV까지 등장했다. 또한 생체인식 ID카드 시행에 대한 논란도 불거져 내년 총선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정도다.
일간 가디언은 "영국의 감시 정책은 여타 유럽 국가들에 비해 강도가 세다"고 전했다. 가장 많은 CCTV가 존재하는데다 유전자정보의 보관 기간도 가장 길다. 통신회사는 국민들의 전화, 이메일, 문자 사용 내역을 12개월 동안이나 저장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날로 첨단화되는 범죄의 해결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2006년 매춘부 다섯 명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스티브 라이트 검거에 유전자 데이터베이스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인권단체 빅브라더워치의 조사에 따르면 "수집 정보를 정부가 안전하게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한 이가 90%였으며 "최근 들어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고 답한 이도 80%에 달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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