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안전진단 결과 이상이 없어서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57억원을 절감할 수 있었죠."(울산시 관계자), "직원들이 일만 잘하면 그만이지 왜 새 청사를 짓나요."(경남 남해군)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크고 호화로운 신청사를 잇따라 짓는 가운데 이를 거부하는 두 지자체가 있다. 울산시와 경남 남해군이 주인공이다. 두 지자체는 청사를 지은 지 각각 40년, 50년이 됐는데도 리모델링을 해서 사용하거나 재정상 이유로 신축을 미루고 있다.
1인당 지역총생산(GRDP)가 국내 최고 수준이며 재정자립도 또한 상위권에 속하는 울산시는 40년 된 옛 청사(아래 사진)를 리모델링해 별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96억원. 옛 청사를 같은 규모로 재건축 했을 때 비용(154억원)과 비교하면 결과적으로 57억원을 절감한 셈이다.
여기에 통신(2억원) 화장실(4억원) 전기(3억원) 등 기존의 시설물도 재활용하며 예산을 아꼈다. 이 건물을 활용한 덕분에 지난 해 말 준공한 신청사(지하1층, 지상 13층)는 크게 지을 필요가 없어 사업비가 636억원밖에 들지 않았다. 별관은 연면적 9,053㎡에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로 울산에 공업단지 조성이 본격화하던 인구 30만명 시절 지어졌다.
"당시에 새로 짓자는 얘기도 많았어요. 신청사를 랜드마크로 만들자는 주장도 있었죠. 하지만 기존 청사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해보니 골격이 튼튼해 수십년은 더 사용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죠. 그래서 낡은 인테리어와 냉ㆍ온방시스템 등을 교체하고 외관만 현대식으로 단장했습니다."(시 관계자)
시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50대 시민은 "옛 청사는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7~1971년)를 추진하던 당시 공업도시화와 근대화의 상징"이라면서 "예산도 줄이고 문화유산도 보전하는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남 남해군청사도 건립된 지 올해로 정확히 50년 됐다. 1959년 건립된 청사는 부지 8,412㎡에 연면적 2,840㎡의 지상 4층 규모로 낡고 비좁아 새로 지어야 할 상황이지만 고치고 닦으며 활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건물 이어 붙이기 등으로 부족한 공간문제를 해결, 연면적을 5,142㎡로 늘였다. 또 2002년 1월에는 인근 폐교를 개축해 사무실(2개과 40여명)과 주민복지센터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직원들도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큰 책상을 빼는 대신 헌 철제 책상을 사용하고 있다.
군은 2001년 새 청사 건립계획을 세웠으나 자체 기금을 모아 건립할 방침이다. 군의 재정자립도가 13%에 불과해 새 청사 건립에 나설 경우 군민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현태 군수는 "건립자금이 350억원 정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매년 20억원씩 모아 현재 87억원이 적립돼 있다"며 "200억원이 적립됐을 때 신청사 계획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남해=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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