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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으뜸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평생 모은 피같은 내 돈" 돌하르방도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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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으뜸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평생 모은 피같은 내 돈" 돌하르방도 눈물

입력
2009.11.2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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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이도2동에 사는 60대 고모씨는 올해 8월 8일 "며칠만 맡겨달라"는 지점장의 간곡한 부탁에 평생 일용직 노동을 하며 새마을금고에 모아뒀던 3억5,000만원을 찾아 으뜸저축은행에 입금했다.

며칠 전 이 돈으로 과수원을 사려고 계약까지 한 고씨는 잔금을 치르기 전에 잠깐 맡겨 놓을 요량이었다. 그러나 3일 뒤인 11일 금융위원회는 으뜸저축은행에 6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예금자 보호가 되는 5,000만원을 제외한 모든 돈을 날릴 수 있다는 소식에 고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 충격으로 고씨의 부인까지 쓰러져 허리에 중상을 입고 입원했다.

같은 지역에 사는 80대의 강모씨, 고모씨 부부는 평생 절약하고 막일을 해 한푼 두 푼 모은 돈 2억원을 으뜸저축은행에 맡겼다.

영업정지 소식에 부인 고씨는 수주째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정신도 불안정한 상태다. 제주 일대가 요즘 으뜸저축은행 사태로 뒤숭숭할 정도다.

예금피해자 대책위원회의 현민준 회장은 "5,000만원 이상 예금 피해자 대부분이 오랫동안 거래해 온 저축은행을 믿고 돈을 맡긴 노인들"이라며 "안타까운 사연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금융위에 "5,000만원 이상 예금분을 출자전환 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파산 정리 과정에서 30% 가량은 되찾을 가능성이 있지만 나머지 예금액은 찾을 방도가 없다.

토박이 주민의 믿음이 피해 키워

부실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한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지난해만 해도 분당ㆍ현대ㆍ전북저축은행 등 세 군데가 잇따라 영업정지를 당했다. 그런데 이번 으뜸저축은행의 경우는 피해 규모와 파장이 엄청나다.

예금자 보호 대상인 5,000만원 이상의 예금 잔여액을 돌려 받지 못하는 피해자 수가 1,643명, 피해 금액은 무려 450억원에 이른다.

으뜸상호저축은행이 가교 저축은행인 '예쓰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영업을 시작한 23일, 예쓰저축은행에는 이런 피해자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으뜸저축은행 정리를 맡았던 임기순 예금보험공사 금융정리2부장은 다른 저축은행에 비해 피해가 컸던 일차적인 이유로 지역적 특성을 들었다.

다른 지역은 저축은행이 여러 곳이어서 부실 저축은행의 지역 내 점유율이 높지 않았고, 대주주가 자주 바뀐다든지 부실 기미가 보이면 예금자들도 5,000만원이 넘는 예금은 미리 인출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제주지역의 저축은행은 단 두 곳뿐인데다 25년 동안 영업을 해 와 주민들은 직원을 믿고 돈을 맡겼다. 대주주가 과거 제주은행(현재 신한금융지주에 인수됨) 등을 소유했던 제주도 내 유명한 부자 가문이라는 점도 믿음의 근거 중 하나였다.

부실 감독, 예금자 무지도 한몫

대규모 금융 피해가 발생한 데는 금융감독원의 감독 미비가 한몫을 했다. 지난달 29일 부산지검 특수부는 으뜸저축은행의 전 대표 김모씨를 불법대출 혐의로 구속하고 임원들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부산의 C건설사 대표 장모씨에게 차명 계좌 등을 통해 2004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수 차례에 걸쳐 총 897억원을 대출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대책위는 "2004년부터 수년 동안 불법대출이 끊이지 않았는데 정기 감사 등에서 금감원이 제대로 적발하지 못했다"며 "2006년부터 BIS 비율이 5%대로 떨어진 후에도 대주주가 증자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3일 감사원은 금감원이 저축은행에 대한 느슨한 감독으로 부실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다른 권역과 달리 상호저축은행 임직원에 대해서는 고발 기준을 크게 완화한 채로 운영,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김준현 금감원 저축은행서비스국장은 "저축은행 BIS 비율이 3~5%면 '적기시정 권고', 1~3%는 '요구', 1% 미만이면 실사를 들어가는데 BIS가 2%면 순자산이 조금은 있는 상태라 대주주가 조금만 노력하면 5% 이상으로 조정이 가능하다"면서 "BIS 비율이 일시적으로 내려갔다고 감독당국이 '위험하다' 말하면 인출사태가 벌어져 오히려 망하게 하는 위험이 있다"고 해명했다.

예금자들의 무지도 피해를 키웠다. 상당수 피해자들이 60대 이상 노인들이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같은 어려운 말은 이해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BIS 비율 등 건전성 기준은 금감원 홈페이지 등에서나 확인할 수 있어 노인들이 알기 어렵다"며 "따라서 저축은행마다 창구에 공지하는 식의 확실한 방법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환위기 이후 2002년 말까지 92개 부실 저축은행에 들어간 공적자금은 8조3,000억원, 이후 14개 저축은행 정상화에 들어간 예금보험기금은 3조1,720억원에 이른다.

다른 금융기관과 달리 유독 저축은행만 외환위기 이후에도 계속 부실이 발생하고, 경영 정상화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감독 당국의 보다 철저하고 강력한 관리 감독이 필요한 이유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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