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남 탓'이라는 말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귀인(歸因)이론' 이라고 부르는 인간 행동 특성이다. 이러한 특성은 '운'에 따른 결과조차 좋은 결과는 자신의 공으로, 나쁜 결과는 환경 탓으로 돌리게 한다.
행동경제학 연구자들이 귀인이론을 연장시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투자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 '과신'(Overconfidence)하는 경향도 있다. 미국의 운전면허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운전 실력이 평균 이상인지'여부를 묻는 실험을 하였는데, 70% 이상이 '평균 이상'이라고 대답했다는 것. 피실험자들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면 실험 결과는 50%가 돼야 정상이므로, 적어도 응답자의 20%는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실생활에서 사람들이 스스로를 과신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이면에는 '사후 과잉 확신'(Hindsight Bias)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어난 결과에 대해 '난 처음부터 그렇게 될 줄 알았어'하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어떤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했지만 다른 이유로 기회를 놓친 뒤 해당 종목의 주가가 올랐다면, 그 투자자는 '나는 주가 움직임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과신할 뿐만 아니라 이후 경솔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자기 과신'은 자신의 판단을 과도하게 믿도록 하지만 때로는 판단한 것의 위험성을 과소 평가하게도 만든다. 또 설사 위험에 빠지더라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도 믿게 만든다.
자기 과신 투자 가운데 특히 경계해야 할 유형은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돈을 빌릴 때는 손실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며, 손실이 나더라도 대처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일단 손실이 발생하면 대부분 투자자는 합리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빠진 채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위험한 투자를 감행하는 악순환에 빠져든다.
실제로 행동경제학자들의 오랜 연구에 따르면 자기 과신이 강한 투자자일수록 빈번하게 매매하는 경향이 있으며, 잦은 매매를 할수록 투자 성과가 나쁘게 나타났다.
정석 투자는 투자자마다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공통적인 건 스스로 중요한 규칙을 사전에 수립하고 그 규칙 안에서만 투자하는 것이다. 스스로 오판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면 미리 지침을 만들어 놓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한데, '절대로 빚내서 투자하지 않는다', '최소 5종목 이상의 분산투자를 한다'등이 대표적이다.
푸르덴셜자산운용 퀀트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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