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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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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입력
2009.11.2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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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 여자는 무식하다'는 미국적 편견을 다뤄야 하는 부담감이 공들인 한국어판 대본 한방에 날아갔다. 정서적 이질감이 느껴지는 제목이지만, 14일 시작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는 한국인이 즐기기 적합하게 탈바꿈해 있었다.

200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금발이 너무해'는 그 해 토니상 3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현재도 미국 전역에서 투어공연 중인 흥행작.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한 남자친구 워너가 '금발 여자는 머리가 나빠 싫다'며 결별을 선언하자 금발의 주인공 엘 우즈는 이를 악물고 공부해 같은 학교 로스쿨에 진학한 뒤 선배 에밋의 도움으로 훌륭한 변호사가 되고 금발에 대한 편견을 씻는다.

한국 공연은 이 같은 원작의 줄거리와 음악에, 우리 손으로 재창작한 안무와 무대 등을 더한 것이다. '깡으로 버텨'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같은 익숙한 관용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등 대본 역시 한국식으로 처리해 원작을 능가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2막에서 게이 발레리노가 선보인 현란한 무용도 관객에게 웃음을 주었다. 원작에서 이 게이는 패션감각이 뛰어난 평범한 유럽 사람으로 등장하지만 한국 공연에서는 발레리노로 나와 춤을 보여주는데 주력했다.

조연의 비중도 크게 높였다. 브로드웨이 원작에서는 엘 우즈가 극을 이끌지만, 한국 공연에서는 개성만점의 조연들이 줄줄이 전면에 나서 좋은 연기를 펼친다. 특히 임기홍은 아랍왕자 카일, 게이 발레리노, 우즈의 아버지 등 강한 인상을 주는 조연들을 혼자 소화했으니 숨겨진 주연이라 해도 무방하다. 임기홍을 비롯한 조연들의 활약은 미스코리아 출신 이하늬, 그룹 소녀시대의 제시카 등 연기력 검증이 덜 된 스타들의 기용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도 한몫 했다.

그러나 단조로운 무대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즈의 집과 벤치만 놓인 휑한 무대가 반복돼 보는 즐거움을 떨어뜨렸다. 두 강아지의 출연도 별 다른 재미를 주지 못했다.

한국적인 요소의 투입으로, 라이선스 뮤지컬이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편견은 어느 정도 깨졌다. 또 다른 한국형 라이선스 뮤지컬의 탄생이라고 할 만 하다. 서울 코엑스 아티움, 2010년 3월 14일까지 (02)738-8289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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