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국회는 새해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맞추지 못하게 됐다. 4대강 사업 논란에 발목이 잡히면서 291조 8,000억원 규모의 예산안 심의 일정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예산안 심의에 최소한의 기간이 필요하므로 12월9일 정기국회 마감 때까지도 예산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12월 임시국회가 소집돼 연말쯤 처리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상시 국감·심의기간 연장 등 방안 제시
예산안 심의는 매년 진통을 겪어왔다. 2000년 이후 예산안을 법정 시한 내 처리한 경우는 2002년 한 해에 불과하다.
이처럼 법정 시한을 넘겨 예산안이 처리되는 사례가 반복되자 국회 일정을 전반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의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예산안 심의가 지연되기도 하지만 정기국회 일정상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기가 구조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예산 심의를 최소한 두세 달 가량 하려면 정기국회 일정을 대폭 바꿔야 한다.
예산안 심의가 늦어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 국정감사가 꼽힌다. 여야가 10월쯤 실시되는 국정감사에서 대립한 뒤 11월에 다른 정치 이슈를 놓고 충돌하다 보면 곧바로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눈 앞에 두게 된다.
때문에 상시 국감 제도 도입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지금처럼 20일 동안 모든 상임위가 동시에 국정감사를 벌이는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에 상시 국감 제도를 도입해 평상시에 상임위별로 국감을 실시하자는 것이다.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원장을 지낸 심지연 경남대 교수는 "법안 심사와 국정감사, 예산 심의 등 정기국회의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중 국회를 열되, 휴가철 등 일정 기간만 휴회기로 정하고 평상시에 국감을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예산안 심의 기간을 늘리는 해법도 거론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최대 240일까지 예산 심의가 가능하지만 우리나라 국회는 60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정부는 회계연도 90일 전인 10월2일까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30일 전인 12월2일까지 의결해야 한다.
이마저도 각종 쟁점 법안 등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심의 일수는 터무니 없이 적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회 예결위의 심의 착수부터 본회의 통과 때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34.3일에 불과했다. 예산 심의 기간을 늘리기 위해 정부의 예산안 제출 시점 자체를 앞당기자는 의견도 나온다.
영국 등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사전 예산심의 제도' 도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기 전부터 국회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의하면 예산안 심의가 정치 쟁점화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