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주류업계 최대의 화두는 막걸리가 아닌 가 싶습니다. 한때 소주와 함께 서민주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막걸리였지만,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서서히 주위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하지만 최근 열풍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인기는 물론, 매출도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막걸리 시장규모는 4,000억원대로, 지난 해 2,500억원대에 비해 60%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막걸리를 즐겨 마시는 층에서는 막걸리의 인기이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막걸리가 고급화하면서 이전에 비해 마시기가 편해졌다거나, 효모와 유산균이 풍부한 생막걸리의 뛰어난 이뇨작용 덕분에 웰빙주의 반열에 자리잡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저도주의 득세를 들고 있습니다. 3년전 19도대 소주가 등장하면서 시작된 저도주 붐은 주류업계 전반적인 트렌드로 자리잡는 추세입니다. 물론 이 저변에는 독한 술을 꺼리는 한국인의 달라진 음주문화가 한몫 했지요. 통상 시중에 판매되는 대다수 막걸리의 도수는 6~7도 가량으로 맥주보다 조금 독한 수준입니다. 만일 막걸리 도수가 10도 이상만 됐더라도 지금처럼 대박을 내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견해입니다.
해외에서도 생막걸리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전통주 제조업체로 막걸리 대중화를 주도하고 있는 국순당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살균막걸리를 중심으로 조금씩 수출되는 정도였으나, 최근 국내에서 생막걸리 인기가 치솟자 해외에서도 생막걸리를 보내달라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6개월~1년인 살균막걸리에 비해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은 열흘 남짓밖에 되지 않는데도, 중국, 미국, 호주 등에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맥주로 치자면 병이나 캔맥주가 아닌 생맥주를 마셔보고자 하는 수요가 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주로서의 막걸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두바이, 말레이시아 등 독한 술을 마시기를 꺼려하는 회교도 국가에서도 막걸리를 보내달라는 주문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맥주와 도수가 비슷한 저도주였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막걸리가 세계인이 즐겨 찾는 대중술로 발전할 가능성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창만 산업부차장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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