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회에서 해머와 전기 드릴 등으로 회의실 출입문을 부수는 등 폭력 사태를 일으켰던 야당의원들과 당직자들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어제 법원은 공용물 손상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민주당 문학진 의원과 민노당 이정희 의원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과 50만원을 선고했다. 폭력사태에 가담한 민주당 민노당의 당직자 및 보좌진 6명에게는 벌금 400만~500만원씩이 선고됐다.
당시의 국회 폭력사태에 쏟아진 국민적 공분에 비춰 형량이 가볍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국회에서 일어난 폭력 사태에 대해 국회 자율권을 존중해 개입을 자제했던 사법부가 유죄 선고를 내린 의미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미디어법 처리과정에서 민주당 의원에게 상해를 입힌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이 최근 벌금 50만원을 선고 받은 사례와 함께, 이번 판결은 정치적 입장과 견해차로 빚어진 국회 내 폭력도 사법처리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선례가 될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국회 내의 폭력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정서이기도 하다.
이번 판결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국회의 사전 질서유지권 발동이 부당하다고 판시한 부분이다. 서울남부지법 김태광 판사는 "소란행위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만으로 사전에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문 의원 등에게 적용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소속인 박진 외교통상위원장은 당시 야당의원들의 반발을 이유로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회의장 출입문을 봉쇄한 상태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질서유지권 발동의 적법성 여부는 헌재에서도 권한쟁의 다툼이 벌어졌던 쟁점인데, 법원은 야당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결국 법원은 적법하지 않은 사전질서유지권을 발동해 의안을 강행 처리한 한나라당과 이에 반발해 폭력소동을 일으킨 야당 모두에 책임을 물은 셈이 됐다. 여야 모두 국회의 자율권 제약을 자초한 사태를 부끄럽게 여기고 이번 판결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걸핏하면 폭력사태를 불사하는 구태를 벗고 대화와 타협의 성숙한 정치를 국민에게 보여 달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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