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가 2014년 지방선거 전까지 시ㆍ군ㆍ구 등 기초자치단체의 전면적 통폐합을 목표로 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법(가칭) 제정에 합의했다. 허태열 위원장에 따르면 기초단체 통폐합은 대통령 직속의 정부 추진위원회가 1년 동안 종합계획을 다듬어 자치단체에 권고한다. 통폐합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고, 통폐합 이행 자치단체에는 교부금을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준다는 것 등이 합의 내용의 골자다.
이번 합의는 18대 국회 첫 행정구역 개편 구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러나 구체적 통폐합 방안의 수립을 정부 추진위에 맡긴 데다 행정구역 개편의 핵심 쟁점인 도(道) 폐지 여부, 통폐합 자치단체와 기존 광역단체의 차별성, 읍ㆍ면ㆍ동의 지위 등에 대한 명확한 구상에 합의하지 못해 커다란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따라 본격적 행정구역 개편 논란은 내년에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그에 따라 정부 추진위가 구성된 이후로 미뤄졌다. 2006년 2월 17대 국회 특위가 확정안을 만든 지 3년 9개월 만에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더욱이 당시 도를 폐지하고 대권역 별 광역행정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도 폐지 여부를 정하지 못한 채 광역시 존속에도 잠정 합의했다. 정부 추진위가 특별한 추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한 기존 광역 시ㆍ도 틀 안의 부분적 통폐합을 예고한 셈이다.
이런 수준의 행정구역 개편은 이명박 정부가 강한 의욕을 표명한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발본적 행정개편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더구나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를 쪼개는 형태의 통폐합은 일절 배제하고,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세수와 공무원, 지방의원 감축까지 안 하겠다니 도대체 행정구역 개편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특위에 묻고 싶다.
국회는 이런 국가적 사안을 정부 추진위에 그대로 떠넘기지 말고 대강의 기본방침이라도 명확히 정해야 한다. 기존 행정구역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과 함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실현 가능성과 행정효율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최종 입법에서라도 국회가 이 둘을 조화시키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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