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문제로 서방 강대국들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23일 브라질을 시작으로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남미 3개국 방문길에 올랐다. 이들 3개국의 공통점은 이란의 핵 정책을 지지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대이란 제재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방문에는 '든든한 지원군을 찾기 위한'목적이 다분하다. 이와 함께 재선 과정에서 부정선거 시비로 정통성에 상처를 입은 아마디네자드가 이들 국가로부터 '치유'를 받으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FP 통신은 23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남미 3개국 방문에 대해 "이란 핵정책에 대한 '희소한'지지자와 연대를 강화하고 경제 대국 브라질과의 협력심화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순방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브라질 방문이다. 2005년 집권한 아마디네자드는 남미에서 반미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과는 이미 "형제적 결속"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실질적, 또는 상징적 측면에서 영향력이 브라질에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서방 강대국에 맞서고 있는 아마디네자드로서는 할 수만 있다면 세계 8대 경제대국이자 친미 성향을 갖고 있는 브라질의 지지를 얻는 것이야말로 최고의'기댈 언덕'을 확보하는 셈이다.
브라질 현지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아마디네자드로서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가 우고 차베스(베네수엘라) 대통령 지지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22일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란 핵 문제와 관련"평화적으로 사용하는 한 이란 핵을 용인할 수 있다", "이란에 대한 제재에 반대한다"고 말해와 아마디네자드의 기대감을 키웠다.
아울러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브라질 방문에선 지난 6월 재선 과정에서 일었던 국내외 비판을 일축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전했다. 에릭 판즈워스 전 미 국무부 관리는 FT에 "브라질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룰라 대통령의 대화 상대가 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신뢰와 정통성을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란 핵을 용인하고 아마디네자드의 입지를 강화해주는 브라질에 대해선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과 유럽의 노력에 브라질이 찬 물을 끼얹었다"면서 "아마디네자드 환영은 엄청난 실수"라는 미 상원 외교위원회 엘리엇 엔젤 의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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