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5월 5일은 중국대륙과 한반도, 일본 열도 사람들 모두에게 큰 명절이었다. 단오, 수릿날, 천중절 등 이름도 다양한데 7세기 초 수(隋)나라의 풍속지인 형초세시기는 '약초를 캐고 재액을 막기 위해 쑥으로 만든 인형을 문에 걸고 창포주를 마시는' 날로 이날을 기록하고 있다.
파종이 끝나는 시점에 열리는 이 넉넉한 농경사회의 흔적은 2005년 한국이 강릉 단오제를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등재하면서 갈등의 씨앗이 됐다. 중국인들이 "중국의 단오를 한국에 뺏겼다"며 격분하고 나선 것. 중국은 올해 자신들의 단오절과 조선족 농악무를 포함한 22건의 무형유산을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했다.
비슷한 갈등이 세계 곳곳에서 줄을 이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올해 천연염색법의 일종인 바틱을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하자 주변국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도 한 사례. 반면 아랍에미리트연합 주도로 세계 12개국이 올해 공동 등재를 신청한 매사냥은 문화유산의 국적성에 대한 새로운 발상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주최로 다국간 공동 문화유산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국제포럼 '국경을 넘는 문화유산: 동아시아 공동 무형 문화유산의 다원성과 보편성'이 24, 25일 강릉에서 열린다.
한경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기조발표를 통해 갈등의 근원을 '다국가적 분포'라는 무형문화유산의 근본적 존재 양태와 '국민국가가 자신의 이름으로 등재하고 보호하고 있는 상황'의 충돌에서 찾는다. 예로 드는 것은 1984년 일본의 주요문화재로 지정된 아이누족 전통 춤. "아이누족 문화는 12, 13세기 형성됐는데 일본이 훗카이도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이므로 "일본이 아이누족의 전통 춤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 것은 동의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이 한 교수의 설명이다.
한 교수는 "국민국가라는 지구 공간의 범주화 형식이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으며 역사적으로 우발적인 하나의 형식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단오도 '한국의 것'이 아니라 '강릉의 것'으로 등재됐다면 소모적인 갈등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사업은 이와 반대로 '국가 간 자존심 경쟁'을 흐르고 있다는 것이 한 교수의 비판이다.
니시카와 나가오 일본 리츠메이칸대 명예교수는 국경과 일치하는 경계를 지니는 '기만적 문화 개념'에 대해 "약육강식이 판치는 국가 간 시스템 속에서 자국을 유지하기 위한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다. 전통음악 '우르틴 두'를 중국과 함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몽골의 사례 등도 발표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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