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스크린 '2010 전투' 임박… 승자 없는 전쟁 될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스크린 '2010 전투' 임박… 승자 없는 전쟁 될라

입력
2009.11.23 23:36
0 0

내년 국내 스크린엔 포연이 가득 할 듯하다. 화면을 쥐어짤 수 있다면 피가 뚝뚝 떨어질지 모른다. '포화 속으로' 등 대형 전쟁영화 네 편이 개봉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영화는 최근 국내에선 보기 드문 장르다. 1960년대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과 '빨간 마후라'(1964) 등이 전성기를 일궜다지만 최근엔 '태극기 휘날리며'(2003) '웰컴 투 동막골'(2005) 등이 드문드문 그 존재감을 이어왔을 뿐이다. 하지만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인 내년에는 가뭄에 콩 나듯 하던 전쟁영화가 풍작을 이룰 전망이다. '전투지역'도 육지와 바다와 하늘로 나눠져 관객들의 흥미를 돋울 태세다.

대목 만난 전쟁영화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들의 활약상을 담은 '포화 속으로'는 내년 6월을 개봉 시기로 정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감성을 인정 받은 이재한 감독이 연출하며 차승원과 권상우, T.O.P, 김승우 등이 연기 호흡을 맞춘다. 제작비는 120억원. 마케팅비 등을 포함하면 총제작비로 150억원 가량이 투입될 블록버스터다.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는 "나라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어린 학도병들의 용기와 숭고한 죽음을 재조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빨간 마후라2'는 고 신상옥 감독의 '빨간 마후라'의 뒤를 잇는다. 전편의 주인공 손자가 공군 파일럿으로 등장한다. 현재 공군의 활약상에 과거 전쟁 당시 전투 장면이 포개진다. 제작비는 80억원으로 내년 10월 국군의 날 개봉을 조준하고 있다. 45년만에 나오는 공군영화다 보니 공군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인 주식회사 빨간마후라의 장태곤 대표는 "공군력의 중요성과 나라를 지키는 공군의 노고를 국민에게 알리는 상업영화"라고 말했다.

2002년 발발한 제2 연평해전은 '아름다운 우리'(가제), '연평해전' 등 두 편의 영화로 부활한다. 곽경택 감독이 지휘하는 '아름다운 우리'는 국내 최초의 3D 입체 영화로 제작된다. 15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쏟아 부을 예정이다. '연평해전'도 120억원의 제작비로 관객을 유혹하려 한다.

편향된 시선 양산 우려도

제작사들이 당찬 출사표를 던지고, 일부 관객이 전쟁영화의 귀환을 기대하고 있지만 충무로엔 이들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엄존한다.

네 편 영화의 공통분모는 애국애족. "현 정부에 코드를 맞춘다" "'대한 늬우스'나 '배달의 기수'의 영화판 아니냐"는 비아냥이 자연스레 나올 만 하다. 지난달 제작발표회와 동시에 호국안보결의대회를 개최한 '연평해전'이 특히 이런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제작사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 홍보영화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태곤 대표는 "정부 홍보는 단 한 줄도 없다. 영화를 보면 알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부와 결탁한 것 아니냐'는 시각을 배제하더라도 이렇듯 주제가 쏠린 영화의 잇단 개봉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한국전쟁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에 애국애족만 강조하는 영화들이 쏟아지는 것은 문화적으로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출혈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100억원 내외의 대형 영화가 한 해 네 편이나 쏟아지는 것은 유례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영화시장의 한계가 뻔한 상태에서 네 편 모두 좋은 흥행성적을 올리기 힘들고, 결국 영화계에 큰 짐을 안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네 편 모두 실제 촬영에 들어가 내년 개봉할 수 있을 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대형투자배급사의 관계자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시기를 나눠 개봉한다 해도 출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