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한국이 정말 훌륭한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지금 인류가 한국 문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습니까?"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아리랑 세계화 국제심포지엄'에서 세계적 베스트셀러 <컬처 코드> 의 저자이자 마케팅 구루인 클로테르 라파이유가 한 말이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는 우리 문화와 정서를 자세히 이해하는지 오히려 청중에게 되묻고 있었다. 컬처>
미국에 살 때의 일이다. 유치원에 다녀온 아들이 엄마에게 이렇게 물었다."엄마, 나 차이니즈야, 재패니즈야?" 또래 친구들이 동양 아이들은 대개 중국 아니면 일본 출신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또 다른 나라, 코리아가 있는 줄 몰랐던 꼬마들은 대학생이 된 지금 한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일군 기적 같은 나라이지만, 국가 홍보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하여 긍정적인 이미지를 해외에 알리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북핵, 시위문화, 노사갈등, 분단국가 등 칙칙하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수려한 강산, 인정 많은 사람들, 수천 년 내려온 문화유산과 전통, 생활양식, 역사와 종교 등 총체적인 삶의 방식과 매력적인 문화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88올림픽과 2002월드컵 등 한바탕 떠들썩한 잔치로 존재를 알렸지만 지구촌 사람들은 아직도 한국을 잘 모르고 있다. 국가 브랜드순위 세계 33위가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다. 김연아, 이승엽, 박세리 등 스포츠 스타와 한류드라마, 삼성과 엘지,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들이 코리아 브랜드를 알리는데 더 도움이 되고 있다.
현대 기계문명의 폐해, 기후변화, 경쟁사회에 지치고 찌든 인류는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을 희구하고 있다. 저명한 역사학자와 문명학자들은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에서 지중해와 대서양 시대, 아메리카 시대를 거쳐 극동지역에서 새로운 문명이 탄생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특히 수천 년 이어온 한국의 문화가 세계인을 널리 이롭게 할 것이란 예측과 함께 한류의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우리 문화의 저류에는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성이 흐르고 있다. 또한 친환경, 친자연적이고, 웰빙(참살이)적 특징도 두드러진다. 따라서 태권도, 김치, 한글, 막걸리 등 개별적 문화 요소에 대한 홍보보다는 우리 문화 저변의 철학과 가치체계를 홍보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거기에 이야기까지 따라붙으면 금상첨화다.
한류는 수천 년 간직해 온 우리 문화의 깊고 거대한 물길을 세상에 선보이게 할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다. 척후병이며, 선발대다. 대중문화로 촉발된 한류는 바야흐로 2.0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전통 문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한류 콘텐츠는 그 가운데 내재한 홍익적 요소로 세계인의 감성을 만족시키고 정신과 육체를 행복하게 하는 한류 2.0 시대가 전개될 것이다. 한이 어려 있지만 흥과 신명이 살아있는 나라, 아름다운 한국의 문화가 세계인을 매료시킬 때 지구촌 사람들은 중국과 일본만이 아니라 그 사이에 위치한 매력적인 나라 한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뒷날 내 손자가 외국에서 처음 받는 질문이 "너, 한국인이니?"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그 때 동방의 매력적인 나라 한국은 세계인의 뇌리와 가슴에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