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대비 효용을 우선시하는 '가치 소비'가 정착화 단계에 들어섰다. 현명한 소비자들은 이제 자신이 누릴 제품의 혜택뿐 아니라 환경으로 눈을 돌려 '친환경 소비', 즉 업그레이드된 가치 소비에 주목하고 있다.
'녹색 소비'가 소비재 및 유통업계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이를 주도하는 특정 소비 계층도 함께 부상 중이다. 바로 환경을 뜻하는 '에코'와 엄마를 뜻하는 '맘'을 합친 '에코맘'이다. 아이의 건강뿐 아니라 아이가 살아갈 미래까지 생각하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는 에코맘들이 소비 트렌드를 움직이고 있다.
육아용품은 친환경이 필수 요건
에코맘 중 상당수는 자녀를 갖게 되면서 무관심했던 환경 문제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이들이다. 아이의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는 과정에서 가족의 건강 및 행복이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깨닫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코맘의 활발한 활동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은 것은 역시 육아용품 분야다. 업계에서는 마케팅 차원의 '친환경 콘셉트' 제품이 아닌 공인기관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보디케어 브랜드 비욘드는 유기농 인증 성분과 천연 유래 성분 99% 함유의 친환경 스킨케어 '비욘드 에코엔젤' 3종을 내놨다. 옥수수, 사탕수수 등 재생 자원을 사용한 '바이오 매스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했다.
보령메디앙스의 'B&B 젖병세정제'는 젖병을 열소독 할 때 발생하는 환경호르몬을 걱정하는 에코맘을 겨냥한 제품이다. 젖병의 세균은 강력하게 제거하지만 100% 식품첨가물로 제조돼 아기의 인체에는 해가 없다고 한다. 한국화학시험연구원과 다국적 독성시험 연구소인 영국의 헌팅톤 등에서 안전성 검사를 받았다.
해피랜드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PLA(폴리라텍애시드) 신소재의 딸랑이 세트, 치아발육기, 식기세트 등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린 경영' 활동도 열혈 지지
다음 세대를 향한 배려심이 깊은 에코맘들은 기업의 친환경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따라서 라이프 스타일 특성상 에코맘들이 소비를 주도하는 식품ㆍ유통업계는 '그린경영', 즉 환경 경영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CJ제일제당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화가이자 건축가, 환경운동가인 훈데르트바서(1928~2000)의 작품을 주제로 2010년도 캘린더를 선보였다. 자연보호, 반핵운동 등에 관해 적극적으로 소신을 밝힌 훈데르트바서의 뜻을 이어받은 '훈데르트바서 재단'은 그의 그림 사용 허가권을 갖고 있으며, 환경단체에 자연보호 기부금을 낸 이들에게 그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CJ제일제당은 국내의 숲 보호 시민단체 '생명의 숲 국민운동'에 그림 사용료로 1만5,000유로(약 2,600만원)을 기부, 그림사용권을 얻었고 이 돈은 숲 가꾸기 운동에 쓰이게 된다. 특히 유통업계는 전단지 등의 변화를 통해 친환경 경영 신조를 알리는 데 열심이다.
2004년 '친환경 백화점'을 지향하며 환경가치경영을 선포한 롯데백화점은 백화점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전단지를 재생용지로 제작하는 한편 전단지 인쇄에 친환경(콩기름) 잉크를 사용하고 있다. 또 '에코백'으로 불리는 장바구니 증정 캠페인을 통해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일찌감치 내년부터 전국 이마트의 비닐 쇼핑백을 없앨 것을 공표한 신세계는 지난달부터 행사용 전단지도 없앴다. 전단지가 없어지면 소비자들의 불편과 매출감소가 야기될 수도 있지만 이는 연간 1만톤의 종이가 절약되는 환경 보호 효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의 친환경 경영 정책을 총괄하는 김상병 에코프로젝트 팀장은 "제품의 사회적 파급효과까지 생각하며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에코맘들의 활동이 갈수록 활발해지면서 각 기업의 친환경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됐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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