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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PD "유쾌하고 따뜻한 '일밤' 안방에 선물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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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PD "유쾌하고 따뜻한 '일밤' 안방에 선물해야죠"

입력
2009.11.2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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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검은 비니 모자에 검정 패딩 점퍼를 입고 나타났다. 산과 들판의 차가운 바람 냄새가 훅 끼쳤다. "혹시 경남 의령을 아세요? 밤새 멧돼지 잡으러 다니다 이제 막 올라왔습니다."

김영희(49) PD가 돌아왔다. 1990년대 '몰래 카메라'와 '이경규가 간다'로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밤)의 아성을 구축했던 그다. 2005년 최연소로 예능국장 자리에 올랐고 2008년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회장직을 맡았던 그가 친정인 '일밤'을 통해 4년 만에 현장으로 복귀했다.

그가 맡은 직책은 '일밤' 총괄PD다. 시청률 한자리 수에 머물며 맥을 못 추는 '일밤'의 재건이 그의 목표다. 한데 예능프로그램의 총지휘자가 멧돼지를 잡으러 다녔다니 과연 무슨 일일까.

12월 6일 신장개업하는 '일밤'의 대표 코너는 '헌터스'.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멧돼지의 사냥이 주요 내용이다. 아이돌 그룹 SS501의 김현중 등 연예인 일곱 명이 전문 사냥꾼과 함께 멧돼지를 잡는 과정을 웃음과 함께 풀어놓을 계획이다. 김 PD는 "경남 의령군의 멧돼지 출몰 빈도가 높다"며 "농민들의 생생한 육성을 통해 피해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생태계의 중요성을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PD가 새롭게 꾸밀 '일밤'은 공익을 추구한다. 그는 "연예인 사생활 폭로와 막말 방송이 대세인데 그런 프로그램만 있으면 곤란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코너 '우리 아버지'와 '단비'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버지'는 이 시대 권위가 땅에 추락한 아버지들의 기를 살리는 프로젝트. 김 PD는 "퇴근하는 아버지들을 인터뷰하고 그들 손에 통닭 등의 선물을 들려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비'는 나눔의 행복을 전파하는 코너로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아프리카든 남미든 어디든 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익에 재미를 버무린 코너들이다 보니 신선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올 만 하다. 그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복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밤 11시대에 어른들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고 했지만 '일밤'의 추락이 그의 바람을 무산시켰다. 그는 "'일밤' 방송시간은 가족 시청자들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청률에 대해 그는 "두 자릿수 초반을 기대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폭로, 막말 방송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이라도 진정성을 높이 사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일밤'의 지향점은 '유쾌하게 따뜻하게' 입니다. '단비'는 매주 다른 아이템으로 시청자들을 찾을 겁니다. 아마도 감동 어린 '무한도전'이 될 것입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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