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단양군 소백산맥 기슭의 해발 708미터에 위치한 구인사(救仁寺)는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으로 유명하지만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에 유명세를 타는 것이 또 하나가 있다.
구인사의 사부대중(四部大衆)과 관광객들까지 1000여명이 참여하는 김장이다. 워낙 그 규모가 커서 닷새 동안 계속되는 구인사의 김장 담그기는 배추 3만 포기, 무 6톤과 동원되는 인원수만 수백 명에 달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그도 그럴 것이 구인사를 찾는 사부대중을 위해 비구니 스님이 손수 공양을 짓는 양이 매일 1000인분에 달한다. 그 중에 김치는 빠져서는 안될 중요한 음식이다. 그래서 한해 먹을 김치를 준비하는 일은 산사가 겨울을 준비하는데 가장 공을 들인다.
음력 10월 보름부터 정월보름까지 승려들이 바깥 출입을 삼가고 수행에 힘쓰는 동안거(冬安居) 결제와 동시에 시작되는 김장은 스님들의 대표적인 울력품목이다. 예전에는 겨우내 필요한 땔감을 장만하고 겨울채소를 위한 텃밭을 가꾸는 일도 중요했지만 산사가 현대화 시설을 갖추면서 난방보다는 먹거리 준비가 더 중요해졌다.
영하 7도까지 떨어진 구인사의 새벽은 저마다 방한복장을 챙기는 스님들로 분주했다. 특히 구인사의 향적당(香積堂, 주방) 비구니 스님들은 상기된 얼굴로 밭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모든 먹거리는 자급자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에 겨우내 대중들이 먹을 김장을 준비하는 것은 비구니 스님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2.5톤 트럭 15대 분량의 배추가 쉴새 없이 경내로 들어오면 어느덧 향적당 앞마당에는 배추가 산처럼 쌓인다. 지나는 관광객들의 탄성에 구인사 스님들은 미소를 짓는다. 수확하는 농부의 마음과 따듯한 공양을 짓는 자비로움이 고된 노동을 잊게 한다.
관광객들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구인사의 김장은 규모뿐만 아니라 품앗이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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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조영호 기자 vol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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