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해 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와 관련 야당 의원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당시 박진(한나라당) 외통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은 위법하다고 판단, 국회 경위의 공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김태광 판사는 23일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기물을 파손한 혐의(공용물건손상)로 기소된 문학진 민주당 의원에게 벌금 200만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또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및 민노당 당직자 7명에 대해서는 공용물건손상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회에서의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지만 피고인들이 범행에 이르게 된 데는외통위원장의 무리한 질서유지권 발동이 원인이 됐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상임위 위원장의 질서유지권은 해당 위원회 회의장으로 한정되며 소란행위가 있을 때 발동하는 것인데 소란이 있을지 모른다는 개연성만으로 사전에 발동한 것은 법 규정에 어긋난다"면서 질서유지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문 의원 등은 지난해 12월18일 국회 외통위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과정에서 박 위원장이 이틀 전인 16일 발동한 질서유지권을 근거로 국회 경위 및 방호원을 동원해 회의장 출입을 통제하자 출입문 등을 부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문 의원과 이 의원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과 100만원, 당직자들에게는 징역 8월~1년을 구형했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전원 항소할 방침이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질서유지권 발동은 적법한 공무집행이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라면서 "이를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 다른 피고인들 형량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항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국회 내 폭력이 더 이상 법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한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논평했다. 반면 야권은 공용물건손상 혐의만 인정한 것에 초점을 맞춰 "한나라당의 날치기를 막으려 했던 야당 의원과 당직자들에게 검찰이 기소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민주당 노영민 대변인), "박진 외통위원장의 사전 질서유지권 발동은 국회법에 의거하지 않은 물리력 행사임을 법원이 인정한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민노당 우위영 대변인)는 논평을 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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