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운용사와 수탁사가 임의로 투자대상을 바꿔 고객들에게 손실을 끼쳤다면 운용사와 수탁사에 100%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펀드 운용사에게 투자대상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재량권을 인정한 다른 하급심 판결과 상반된 것이라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 임범석)는 주가연계펀드(ELF)에 투자했다 손실을 입은 강모씨 등 214명이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임의로 투자대상을 바꿔 손실을 입었다"며 펀드운용사인 우리자산운용과 수탁사인 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에게 손실발생 책임을 100% 인정, 투자자에게 6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투자자들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거래상대방을 BNP파리바에서 리먼브라더스아시아로 변경한 것은 투자설명서 대로 자산을 운용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이를 알면서 시정을 요구하지 않은 수탁사도 관리자로서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운용사에 포괄적 재량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약정과 달리 운용할 재량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애초 거래 대상인 BNP파리바에 투자했을 때에도 원금의 20%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을 감안해, 투자액 76억여원 중 61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동부증권 등에 대해선 "거래 상대방이 변경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 정호건)는 지난 5월 같은 펀드에 투자한 52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운용사에 배상책임이 없다는 상반된 판결을 했다.
이 재판부는 "투자설명서에 거래상대방을 임의로 변경하지 못한다는 제한내용이 없고, 투자 위험이 큰 펀드 운용에 있어 수익을 위해 운용사가 거래상대방을 변경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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