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인천 남동공단의 국내 최대 엘리베이터 가이드 레일 생산 회사 미주레일 공장. 한 쪽 눈을 지그시 감은 직원이 기계 위 레일을 뚫어져라 쳐다본 뒤 고개를 끄덕인다.
이상이 없다는 뜻. 잠시 후 레일은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른다. 레이저 측정기. 천천히 지나가는 레일을 레이저가 샅샅이 훑는다. 나수남 기술연구소 팀장은 "얼마나 뒤틀리거나 휘었는지를 재는 것"이라며 "생명과 안전이 직결되는 것이라 0.01㎜, 0.05도(5m=1본 기준)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흔히 레일 하면 기차 레일을 떠오르기 마련. 땅 위에는 시속 300㎞를 넘나드는 고속철도 레일이 있다면 하늘과 땅을 오가는 엘리베이터의 '길'인 가이드 레일이야말로 첨단 기술의 정수(精髓)로 꼽히고 있다.
특히 건물이 하늘을 향해 치솟으면서 엘리베이터는 점점 빨라지고 무거워지고 있다. 레일의 기본 단위인 1본 기준으로 18㎏ 이하의 레일을 썼지만 최근 짓고 있는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에는 30㎏짜리가 들어가고 있다.
중요한 건 이를 뒷받침할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분 당 300m를 움직이는 초고속 엘리베이터 용 레일은 '바르고 곧을수록' 편안하고 안전한 탑승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검사할 수 있는지가 관건.
미주레일은 2년 가까운 연구 끝에 2005년 레이저 측정기를 만들었다. 하행민 상무는 "과거 사람 눈이나 피아노 실을 가지고 뒤틀림과 휨 정도를 쟀지만 이것만으로는 초고속용 레일의 품질을 보장하기 어렵다"라며 "수 십만 번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효자"라고 치켜세웠다.
효자는 그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빠르고 정확하게 전수 검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생산 속도도 훨씬 빨라지고 있다. 품질도 훨씬 좋아졌다는 게 엘리베이터 업계의 평가다.
특히 2007년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의 후지텍 관계자들이 검사 시설을 보고 "몇 년 전만해도 중간급 레일를 만드는 수준이었는데 이제 유럽, 일본 등 선진 회사에 견줘도 모자라지 않는다"라며 기술력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미주레일은 또 기존에 사람 손으로 해야 했던 디버링(조금 튀어 나온 곳을 다듬는 일) 관련 기계도 만들어 특허를 받는 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미주레일은 기초 소재인 압연부터 완성품까지 일괄 공정이 가능해 품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연간 10만 5,000톤 압연 생산 능력을 갖춘 압연 형강 제품을 생산, 가공하는 동시에 년간 2만3,000톤 엘리베이터 가이드 레일 가공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유럽, 일본 경쟁사보다 30% 가량 싸다는 장점도 있다.
미주의 레일은 초고속 상승 중이다. 현대, 오티스, 티센크루프, 미쓰비시 등 주요 엘리베이터 업체와 손잡고 국내외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것. 타워팰리스, 스타시티, 해운대 센텀시티를 비롯해 송도 신도시의 랜드마크 시설인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 포스코 더 ??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 등 국내 주요 초고층 빌딩을 섭렵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파나마, 브라질, 카자흐스탄 등 초고층 건물 건설이 한창인 나라로부터 러브 콜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400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속에 이뤄낸 매출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긴장의 끝은 놓지 않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싼 값에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 미주레일은 맞불 작전을 쓸 계획이다. 하 상무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만들 것"이라며 "내년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지금보다 더 싼 값에 제품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주레일의 도전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철과 레일을 다룬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태양광 시장까지 노리고 있는 것. 특히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모듈을 고정하는 구조물인 '트래커'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북 문경에 1,000㎾급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짓고 있고 현재 국내외 대기업들과 손잡고 해외 진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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